[모두를 향한 공공디자인]<1>강한 브랜드 필요한 대한민국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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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상징 통합GI 만들어 국가 품격 높인다

대한민국의 정부 부처 이미지는 연계성 없이 만들어졌다. 미국 프랑스 영국 등 많은 해외 정부들이 통일성 있는 GI를 사용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 ‘좋은 디자인’은 ‘예쁜 디자인’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을 접하고 사용하는 많은 이를 상상하고 배려한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다. 국가의 이미지를 명료하게 각인시키는 브랜드, 도시 공간을 효율적으로 갈무리한 간판과 표지판, 장애인과 노약자의 움직임을 세심하게 배려한 각종 디자인은 사회공동체를 구성하는 모든 이에게 한 단계 수준 높은 생활환경을 제공한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정부 상징체계를 새로 만들어 통합하는 작업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국내 공공디자인의 현주소와 과제, 해외 사례를 3회 시리즈로 싣는다.》

네덜란드의 정부기관은 모두 하나의 상징을 쓰고 있다. 파란 직사각형 안에 방패를 들고 있는 사자가 그려져 있다. 나라문장(국장)을 다듬어 디자인한 것이다. 네덜란드는 2007년부터 17개 정부 부처, 200여 개 공공기관의 상징을 하나로 통합하는 작업을 시작해 2010년부터 모든 정부기관이 이 상징을 사용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정부상징(Government Image·GI) 통합 작업은 최근 진행된 성공적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도 통일성 있는 GI를 사용하고 있다. 통합 GI는 국민에게 정부에 대한 소속감을 주고 대외적으로 강렬한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17일 ‘대한민국 정부상징체계 개발사업’ 추진 방안을 발표했다. 부처마다 제각각인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게 요지다. 문체부는 8월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상징 아이디어 공모 및 디자인업체의 디자인 공모를 진행한 뒤 공청회를 거쳐 연말까지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 연계성 없는 부처 이미지들… 통합 필요성 나와


우리나라의 국장(國章)은 태극기와 무궁화를 기초로 한다. 태극 문장을 무궁화 꽃잎 5장이 감싸고 있고 ‘대한민국’ 글자가 새겨진 리본으로 테두리를 둘러싸고 있다. 국장 아래 3부(입법, 사법, 행정부)를 표상하는 상징이 있다. 3부의 상징은 모두 무궁화를 모티브로 하는데 이 중 행정부를 가리키는 상징을 ‘정부상징’이라고 한다. 각 부처도 부처 이미지(Ministry Image·MI)를 갖고 있다.

문제는 정부 부처들이 저마다 연계성 없는 이미지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육부는 전신인 교육과학기술부 시절 부처 명칭에 ‘ㄱ(기역)’이 많이 들어간 것에 착안해 ‘ㄱ’을 이은 이미지를 썼다. 부처 이름이 바뀐 지금도 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전신인 국토해양부를 상징하는 초록 산과 푸른 바다의 두 가지 색을 이은 띠를 쓰고 있지만 현재 바다와 관련한 업무는 신설된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해수부는 이미지를 새로 만들었다.

이렇듯 부처가 신설되거나 통폐합될 때마다 상징은 수시로 바뀐다. 2013년 이후에만 12개 중앙 행정기관이 조직의 신설 및 변경으로 MI를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예산이 낭비될 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혼동을 초래했다. 통합 GI가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는 통합 이후 3년 만에 통합비용(213억 원)을 회수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 무궁화, 호랑이, 한글… 다양한 이미지 검토

제각각인 현재 정부 부처의 MI는 대외 인지도도 낮다. 문체부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국민들은 현재 정부 부처 상징 22개 중에서 0.52개만을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각 기관에 적용될 통합된 정부상징 체계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68.9%에 달했다.

가장 큰 관심사는 어떤 이미지를 쓰느냐는 것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정부문양을 유지해야 한다는 답변은 26.3%에 머무른 반면에 현재 문양을 개선하거나(39.6%), 새로운 상징마크를 개발해야 한다는 답변(34.1%)이 많았다. 실제 문체부는 새로 만들어질 GI로 태극기, 무궁화 등 국가상징을 이용하지 않고 호랑이나 한글, 아리랑 등 새로운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는 이 작업에 약 240억 원의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상욱 문체부 예술정책관은 “새 정부상징을 만들어도 각종 행정서식은 기존의 것을 소진한 뒤 새 것을 쓰는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240억 원의 예산을 최대한 절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한 만큼 정부가 바뀌면 GI가 또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사업추진단은 “새로 개발되는 GI 체계가 지속적이고 일관되게 관리, 운영될 수 있도록 법령 제정·개정 등을 행정자치부와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국가는 GI 어떻게 관리하나▼

佛 ‘마리안’-英 왕실-獨 독수리 문양 사용

세계 각국의 GI 체계는 통합형과 혼합형, 개별형으로 분류된다.

통합형은 일관된 디자인 형태를 가진 GI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캐나다 등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프랑스는 자유의 상징인 프리지아 모자를 쓴 마리안을 정부 상징이자 환경부, 교통부, 국방부 등의 부처 상징으로 쓰고 있다. 독일 역시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는 독수리를 1871년 독일 제국이 결성된 이후 계속해서 쓰고 있고 이 이미지를 전 부처에서 일괄 적용하고 있다.

혼합형은 통일성은 있지만 부처별 특수성을 일부 반영한 형태를 가리킨다. 미국의 경우 1782년 의회에서 국조(國鳥)로 지정한 흰머리독수리와 성조기를 GI에 반영했다. 이 독수리가 각 부처의 MI 소재로 등장하지만 똑같이 만들지 않고 다양하게 표현했다.

영국은 유니콘과 사자가 그려진 왕실 문장을 전 부처에서 사용하지만 일부는 부처 이름을 함축한 영문 마크를 사용하고 있다. 덴마크도 왕관이라는 공통된 모티브를 사용하되, 기관별 특성이 나타나도록 상징을 변형했다. 우리나라같이 부처마다 개별적 형태의 MI를 쓰는 개별형 GI는 일본과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이 사용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공공 디자인#대한민국#정부상징#통합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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