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석의 좌충우돌 육아일기]아이들이랑 나가 놀기, 비싸도 너무 비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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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라면 연애시절 매주 그녀를 위한 주말 스케줄을 짜느라 골머리를 앓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남자와 달리 여자들은 주말마다 어딘가를 꼭 가는 걸 좋아한다. 새로운 이벤트를 가끔씩 준비하지 않으면 “게으르다”고 눈총을 받는다.

결혼하고 겨우 그런 주말 스케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나 했는데, 그것도 잠시. 아이가 태어난 뒤 24개월이 넘어가면서부터 새로운 스트레스가 생겼다. 다름 아닌 아내가 아니라 아이를 위한 주말 스케줄 스트레스다.

혹자들은 “어린 아이들이 뭘 안다고 돌아다니냐(더구나 셋이나 데리고). 그냥 집에서 놀게 하라”고 한다. 모르시는 말씀. 한참 에너지 넘치는 여섯 살짜리 큰 딸과 호기심이 왕성한 세 살짜리 쌍둥이 딸을 집안에 가두어 놓고 반나절만 있어 보시라. 흡사 전쟁이라도 난 듯 난장판이 되는 집안의 가재도구! 5분마다 투닥투닥 싸우고 나서 ‘엄마 아빠’를 찾는 아이들을 달래느라 아무것도 못한다. 차라리 나가서 놀게 하는 게 덜 힘들다.

자, 그렇다면 집 밖으로 나가보자. 먼저 동네 놀이터가 대안이 되긴 힘들다.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족히 20년은 되어 보이는 녹슨 그네뿐. 더구나 담배 피우러 나오는 아저씨들로 주변은 담배꽁초투성이.

다음으로 집 근처 쇼핑몰에 있는 ○○키즈랜드 실내 놀이터로 향한다. 일단 안전하고 시설도 깨끗하고, 신기한 실내 기차에 시간마다 공연도 진행되니 아이들이 정말 좋아한다. 더구나 한번 들어가면 아이들이 3시간은 엄마 아빠를 찾지 않고 놀아주면서 자유시간을 주니 금상첨화다.

다만 입장권이 좀 비싸다. 아동(25개월∼10세) 1만3000원, 영유아(13∼24개월) 8000원, 성인 6000원으로 우리 다섯 식구가 입장하는 데 총 4만1000원이 든다. 이런 곳들은 또 안에서 파는 음식만 먹도록 하기 위해 ‘외부음식 반입금지’인 경우가 대다수다.

하지만 이런 비용도 대형놀이공원과 잠실의 실내놀이공원에 들어가는 비용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두 곳 모두 성인 자유이용권 4만 원, 만 12세 미만인 큰딸 3만1000원이니 11만1000원이다. 아직 36개월이 넘지 않은 쌍둥이 두 딸은 무료입장이지만 이런 혜택도 다음 달이면 끝나니 이제 3만1000원을 내는 2명이 추가돼 총 17만3000원이다.

주말마다 실내놀이터, 놀이공원만 갈 수 있는가. 뭔가 아이들을 위해 교육적인 활동과 체험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리는 ‘동물체험전’으로 향한다. 비록 박제지만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다. 엄마 아빠 입장료 각 1만5000원씩에 큰딸은 소인 1만2000원. 1시간 둘러보고 나오는 데 들어간 총 비용은 모두 4만2000원.

공연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번 겨울방학 시즌에 맞춰 나온 어린이 뮤지컬 입장권은 VIP석 5만5000원, R석 4만4000원, S석 3만3000원. 24개월 이상의 유아들은 부모와 한 자리에 함께 앉아 관람하더라도 1인 1티켓을 구매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왜 이리 비싸냐”는 질문에 주최 측은 성인 뮤지컬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나 공연 시간은 성인 뮤지컬 공연시간의 반도 안 되는 달랑 60분. 공연 시간은 아이들의 집중가능시간에 맞췄다나 뭐라나.

이제 3월부터 만 5세까지 영유아 무상보육을 시작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무상보육이 주말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좋은 아빠가 되려면 주말 아침 벌떡 일어나 아이들과 지치지 않고 놀아줄 수 있는 체력은 기본 중에 기본! 여기에 주말마다 공연장과 놀이시설에 데려가 줄 수 있는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은 필수다.

슬프게도, 돈 없더라도 부모의 사랑과 애정만으로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주던 시대는 이제 끝난 것 같다.

30대 중반의 광고기획자인 필자는 여섯 살 큰딸 보미와 세 살 유나·지우 쌍둥이를 키우는 가장이다.

이경석
#무상보육#실내 놀이터#입장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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