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숨은 꽃]세종문화회관 의상실 총괄 변미라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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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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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의상 수선-세탁서부터 디자인-제작까지 손수 척척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의상실을 총괄하는 변미라 씨. 해가 거듭될수록 불어나는 무대의상을 보관할 장소가 모자라 걱정이다. 세 곳의 의상실에 보관하는 무대의상이 7000벌을 넘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세종문화회관의 의상실을 총괄하는 변미라 씨. 해가 거듭될수록 불어나는 무대의상을 보관할 장소가 모자라 걱정이다. 세 곳의 의상실에 보관하는 무대의상이 7000벌을 넘는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서울 세종문화회관이 보관하는 무대의상은 모두 7115벌이다. 서울시극단, 뮤지컬단, 오페라단, 무용단 등 7개 소속 예술단체가 116개 작품에서 사용한 의상들이다. 한자리에 놓을 장소가 없어 구관 3층, 5층과 신관 지하 1층까지 모두 세 곳에 보관한다.

구관 5층 의상실에 보관하는 의상 중에서 화려한 꽃무늬 수를 입힌 보라색과 붉은색 드레스를 골라 이곳 의상실 담당인 변미라 씨(36)에게 보였다. “보라색 드레스는 오페라 ‘라트라비아타’에서 플로라가 1막에서 입었던 옷이고, 붉은색 드레스는 2막 2장에서 비올레타가 입은 의상이죠”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다.

2005년 입사해 의상실을 7년째 책임지고 있는 변 씨는 그 많은 의상이 무슨 공연, 무슨 배역에 쓰였는지, 사이즈는 어떤지, 누가 입었는지를 모두 머릿속에 꿰고 있다. 수선 세탁 대여 등 무대의상 관리뿐만 아니라 디자인과 제작까지 겸하고 있어 변 씨의 일상은 1년 내내 긴박하게 돌아간다.

현재 전국의 공연장 가운데 의상실을 운영하는 곳은 단 세 곳. 국립극장과 예술의전당의 국립오페라단, 그리고 세종문화회관이다. 그 가운데 의상실 담당자가 직접 디자인까지 하는 것은 세종문화회관의 변 씨가 유일하다.

제주대와 홍익대 대학원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변 씨는 입사 전 제주 전통 옷 염색 업체와 홈쇼핑 의류업체 디자이너로 일했다. 변 씨는 “그러다 세종문화회관 의상실 직원을 뽑는다는 공고를 봤고 오후 5시 퇴근한다는 문구에 그만 속아 입사했다”고 웃었다.

공연이 잡히면 그야말로 전쟁이다. 자신이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더라도 공연 때마다 옷이 망가져 수선하고 세탁하는 게 만만치가 않다.

“무대의상은 잘 망가져요. 특히 오페라단의 여성 단원들은 체격들이 큰 편인데 예쁘게 보이려고, 한편으론 발성에 도움이 된다면서 2, 3인치 작게 몸에 꽉 끼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거든요. 그래서 공연 도중에 드레스 등쪽의 지퍼가 터진 적도 있어요. 어떤 단원은 공연이 끝날 때마다 치마 후크가 휘어져 매번 수선을 해야 하죠.”

변 씨는 오전 9시에 출근해 보통 오후 11시는 되어야 퇴근하고, 촉박하게 무대의상 제작을 의뢰받으면 밤을 새우기 일쑤지만 그래도 자신이 디자인한 무대의상으로 공연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무대의상은 디자인하기 쉽지 않아요. 공연이 잡히면 대본은 기본적으로 읽고, 리허설 보면서 배우들의 동선과 몸짓도 참조해야 하고요. 공연의 시대 배경에 따라 꼼꼼히 고증해 디자인합니다. 단원들에게 의상이 좋다는 칭찬을 들을 때 가장 기쁘죠.”

변 씨가 입사 후 보관하고 있던 의상들을 사진과 함께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한 덕분에 의상 대여도 수월해졌다. 변 씨는 올해 상반기 다른 공연단체에 의상 대여로만 약 1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세종문화회관이 보관하는 옷 중 가장 비싼 옷은 뭘까. 조선시대 왕이 입던 곤룡포로, 제작 원가가 120만 원이라고 했다. 곤룡포 이전엔 뮤지컬 ‘오즈의 마법사’에서 사용한 사자 의상으로, 제작비가 250만 원이었다. 이 옷은 공연 라이선스 기간이 다 돼 지난해 다른 뮤지컬 제작사에 팔려 넘어갔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
#공연계 숨은꽃#세종문화회관 의상실#무대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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