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8>거울아, 네 안에 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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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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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다 보려는 욕망이 커지면서 거울의 크기도 커졌다.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파리 자택에 있는 거울. 샤넬 제공
자신의 모습을 다 보려는 욕망이 커지면서 거울의 크기도 커졌다. 가브리엘 샤넬 여사의 파리 자택에 있는 거울. 샤넬 제공
옷을 입고 메이크업을 수정하고 머리를 매만질 때 우리는 늘 거울을 본다. 하지만 전신을 다 비출 수 있는 커다란 거울을 갖게 된 것은 불과 30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 이집트, 그리스 시대에는 반질반질한 금속판 형태의 청동거울이 보편적이었고, 그리스신화에도 나오듯이 연못에 비친 자기 모습에 도취돼 그 안에 빠져 버린 나르키소스처럼 물 위에 자신을 비춰 보는 것이 다였다.

지금 같은 유리거울은 14세기 초 프랑스에서 처음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그 후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유리산업은 전성기를 맞았다. 전신을 다 비춰 볼 수 있는 큰 사이즈의 거울은 17세기 루이 14세의 예술과 패션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손거울이 몇 캐럿의 다이아몬드 반지와 같은 가치를 지녔을 시대에 전신거울은 자신을 다 보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과 패션을 향한 집념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그 최고의 결정판은 프랑스 왕실이 베르사유궁으로 대대적인 이사를 하는 데 맞춰 공개한 ‘거울의 방’이었다. 당시 약 65만 루브르(현재 약 3300만 달러)라는 거금을 쏟아 부은 이 공간은 사방을 둘러싼 초대형 거울들의 경연장으로, 파티를 하건 식사를 하건 슬쩍슬쩍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도취될 수도 있고 배우자 이외의 연인과 은밀한 눈빛을 교환할 수도 있는 이중적 도구였다.

요즘은 옷 하나를 잘 디자인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느낌을 완성하는 ‘스타일링’이 더 대접받는 시대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정보와 트렌드의 홍수 속에서 ‘잇백(It bag)’이니 ‘잇걸(It girl)’이니 하며 많은 유혹의 손길을 뻗치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은 머리부터 발끝까지라고 늘 얘기한다. 그만큼 전체적인 스타일이 중요하고, 다가오는 시대에는 능력만큼이나 그 능력을 멋있게 포장해주는 스타일링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백설공주 동화에서 왕비가 늘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지?”를 연발하면 거울은 속내는 다르지만 “왕비님요”라고 아부를 떤다. 거울은 객관적일 수 있지만 거기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며 만족하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 안에 비친 또 다른 내가 멋진 사람으로 남길 바라며 멋진 스타일링을 완성하자.

간호섭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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