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7>왜 레트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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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7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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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뷔통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모델이 복고풍 의상을 입고 1940년대 모습을 재현한 호텔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루이뷔통 제공
루이뷔통 2011년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모델이 복고풍 의상을 입고 1940년대 모습을 재현한 호텔엘리베이터에서 나오고 있다. 루이뷔통 제공
며칠 전 지인의 초대로 ‘젊음의 행진’이라는 뮤지컬을 보게 됐다. ‘지킬앤하이드’ ‘아이다’ 등 수입 뮤지컬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간만에 보는 토종 뮤지컬이었다. 1980, 90년대를 풍미했던 인기곡들을 스토리에 맞춰 구성한 이른바 주크박스 뮤지컬이었다.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간 뮤지컬에서 노래가 한 곡 한 곡 나올 적마다 학창시절, 대학교 때의 낭만을 떠올렸다. 독서실에서 휴대전화를 끼고 들었던 애절한 발라드부터 ‘나이트’를 후끈 달궜던 댄스곡까지…. 장마철만큼이나 감상적이게 눈이 촉촉이 젖다가도 나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이며 어느새 그 당시로의 감정에 푹 빠지곤 했다.

패션에서도 그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하는 유행이 한동안 인기 있는가 싶어도 그 후에는 어김없이 과거의 패션을 새로 재해석한 복고풍의 레트로(retro) 패션이 유행한다. 허리를 잘록하게 조이고 한없이 부풀린 공주풍의 스커트, 나팔모양의 판타롱 팬츠에 통굽의 펌프스, 치켜뜨듯 짙게 그린 아이라인에 양끝을 둥글게 말아올린 헤어스타일 등…. 1950년대의 뉴룩, 60년대의 미니스커트, 70년대의 히피, 80년대의 펑크 모두 그 시대의 사회적인 자화상과 아픔, 젊은 세대의 고뇌를 그대로 반영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루이뷔통은 올해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과거엔 유명했지만 현재는 그 추억만을 간직한 호텔의 로비를 무대로 삼았다. 수동으로 조작하는 엘리베이터가 배경으로 자리 잡았고 나이 든 벨보이들만이 과거의 영광을 기억한 채 손님들을 맞이한다. 지금 호텔을 방문하는 이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부유한 옛날 손님인지, 호텔에서 일하는 메이드가 퇴근을 하는 건지 아니면 손님을 빙자해 그 곳을 드나드는 뜨내기인지 알지 못한다. 단정하게 빗어 올린 헤어스타일, 피터팬칼라의 복고적인 느낌에, 원피스의 문양은 현재 루이뷔통의 자물쇠와 로고, 핸드백 디자인을 그래픽적으로 해석했다. 자그마한 1960년대 풍의 록킷(lockit·‘lock it’ 합성어)백은 가죽을 에나멜 느낌으로 광택 가공해 첨단의 레트로룩을 제시했다.


요즘 ‘콘서트7080’이며 ‘쎄시봉’이며 영화 ‘써니’ 등 복고가 열풍이라 했지만 나에게는 먼 얘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도 다른 시대의 복고가 있음을 깨닫고 그 추억을 더듬어가는 순간 마음속의 앨범을 꺼내보고 추억을 입고 싶어졌다.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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