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섭 교수의 패션 에세이]<3>사랑의 서약과 웨딩드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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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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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사랑의 계절이다. 5월을 이틀 앞두고 윌리엄 왕세손과 결혼한 캐서린(케이트 미들턴·사진)이 입은 웨딩드레스에는 전통미와 현대미가 공존했다. 자수와 레이스에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전통을 중시하겠다는 의미를 담았고, 단순한 벨 모양 실루엣과 간결한 네크라인은 국민을 생각하며 새로운 왕실을 이끌겠다는 의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순백 웨딩드레스는 영국 왕실에서 시작됐다. 빅토리아 여왕이 1840년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은 후 흰색은 웨딩드레스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순백 웨딩드레스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으로서 순결한 처녀의 도덕성을 상징했다. 산업화가 시작된 후 영국의 실용주의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그 이전에 웨딩드레스는 화려한 보석과 금색 자수로 장식됐다. 빅토리아 여왕은 앨버트 공을 중매로 만났지만 평생 서로 신뢰하고 사랑했다. 영국을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만든 빅토리아 여왕의 정치력은 앨버트 공의 사랑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던 측면이 있다.

서구 문명이 확산되면서 한국, 중국 등 많은 동양 국가에서도 신부의 결혼식 예복은 화려한 금박과 겹겹이 수놓은 자수로 장식한 옷 대신 흰색 드레스로 바뀌었다. 상복(喪服)의 상징인 흰색이 순결, 순수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거행된 필립 공과의 결혼식에서 화초 무늬 자수와 조각 천을 붙여 무늬를 낸 아플리케로 장식한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봄처럼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 이 웨딩드레스는 종전 직후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희망을 줬다. 다이애나비가 1981년 결혼식에서 입은 웨딩드레스는 풍요로웠던 당시 경제 상황을 반영하듯 커다랗게 부풀린 커프스 소매와 목 주위를 둘러싼 주름장식으로 화려함을 더했다.

순백 웨딩드레스의 창시자인 빅토리아 여왕이 1851년 런던에서 열린 만국박람회 이후 뒤처진 영국의 공예와 장식미술을 발전시키고자 V&A(빅토리아&앨버트) 박물관을 설립한 것처럼 윌리엄과 캐서린도 W&K라는 이니셜을 딴 무언가를 만들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캐서린이 웨딩드레스를 통해 표현했던 의미를 현실에서 어떻게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패션디자이너·홍익대 섬유미술패션디자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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