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을 위하여 20선]<15>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 제 친구들하고 인사하실래요?/조병준 지음/그린비

《“다른 사람이 행복하고, 내가 행복하고, 그렇게 두 사람이 행복한 것만으로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행복이 또 하나 더해집니다. 그 세 번째 행복의 주인공, ‘그분’의 이름을 하느님이라고 해도 좋고, 부처님이라 해도 좋고, 한울님이라고 해도 좋습니다. 그런 종교적 이름들이 싫다면 그저 사회가, 또는 세상이 행복해진다고 해도 좋을 겁니다.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행복은 그저 퍼져나가면 좋은 것이지요.”》

콜카타의 이름없는 천사들

저자는 1997년 인도 콜카타에 있는 ‘사랑의 선교회’ 산하 구호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 먼저 와 있던 자원봉사자 안디를 만났다. 이 구호시설은 테레사 수녀가 콜카타 시청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곳이다.

저자와 만났을 때 안디는 콜카타에 다섯 번째 체류 중이었다. 첫 번째는 일주일, 두 번째는 6개월, 세 번째는 1년, 네 번째는 4년…. 이런 식으로 봉사를 이어가던 안디는 평생 콜카타에서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런 삶을 선택하게 했을까. 안디는 저자에게 말한다.

“헤이, 준, 그건 아주 간단해. 이 일을 하면 우선 내가 행복하거든. 그리고 내가 조금 도움을 주는 저 가난한 사람들도 아마 조금은 행복할 거야. 그러면 저 위에서 세상을 보고 계시는 그분께서도 행복해하시지 않겠어?”

저자는 안디의 이런 생각에 ‘행복의 삼위일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도를 여행하다 우연히 찾은 콜카타의 구호시설에서 봉사를 시작한 저자는 12개월을 자원봉사자로 지냈다. 이 책은 그 기간에 만난 ‘천사와 같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탈리아에서 온 안젤로(Angelo)는 이탈리아어로 ‘천사’라는 뜻이다. 그는 처음 6개월 목표로 콜카타에 왔고 비행기표도 6개월 왕복표로 사서 왔다. 그러나 계획보다 더 오래 머물면서 비행기표는 날아가 버렸다. 그는 2년 반 동안 길에서 태어나고, 길에서 자고, 길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살았다.

프랑스 여성 로르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파리의 직장 여러 군데서 입사 제의가 있었지만 로르는 ‘돈은 나중에 얼마든지 벌 수 있다. 지금이 아니면 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어떤 일을 할 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로르는 1년짜리 비행기표를 들고 콜카타로 왔다.

책에는 사연의 주인공들의 사진이 곁들여 있다. 환자들을 보살피는 그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환하고 선하다. 저자는 자원봉사자들뿐 아니라 환자와의 교감도 소개했다.

모하메드 할아버지는 단어 한두 마디를 힘들게 중얼거릴 뿐 거의 말을 하지 못했다. 저자가 봉사를 잠시 중단하고 떠나던 날, 할아버지는 하염없이 손을 흔들었다.

8개월 만에 돌아온 저자를 할아버지는 반갑게 맞았다. 할아버지는 저자를 불러 목욕을 시켜달라고 했고, 밥을 갖다 달라고 했다. 이틀 동안 다른 곳에서 볼일을 보고 온 저자에게 할아버지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두또, 두또” 벵골지방 말로 ‘둘’이라는 뜻인데 이틀 동안 어디에 갔느냐고 물어보는 말이었다.

“제가 안 보이자 또다시 떠난 줄 알았나 봅니다. 그 말을 듣고 콧등이 시큰해졌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그이에게 해주는 일은 고작 손 한번 잡아주고, 밥 한 그릇 날라다 주는 것에 불과한데도 여전히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루하루 날을 꼽아가며 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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