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10만 원짜리 영화 티켓, 제값 합니까?

  • 입력 2007년 5월 1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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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비싼 영화관 ‘시네 드 셰프’의 레스토랑 내부. 이곳에서는 영화 관람 전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사진 제공 CGV
가장 비싼 영화관 ‘시네 드 셰프’의 레스토랑 내부. 이곳에서는 영화 관람 전 코스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사진 제공 CGV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이 있을까 없을까? 3일 서울 압구정동에 개관한 영화관 '시네 드 셰프(Cine de Chef)'는 시기를 잘 맞춘 탓인지 첫 날부터 성황이었다. 어린이날에는 아침부터 전회 매진을 기록했고 어버이날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시간 티켓이 다 팔렸다. '한국에서 가장 비싼 영화관'이라는 화제와 위화감을 동시에 안은 이 영화관의 실체는 사실 간단하다. '영화관+레스토랑'의 복합 장소라는 것. 최고가인 10만원의 티켓 가격. 직접 체험해봤다.

○ 선명한 화면, 몸으로 느끼는 소리

압구정CGV 건물 지하 3층에 자리한 이 극장은 마치 숨어 있는 듯 했다. 입구부터 호텔 레스토랑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이 곳에서 식사와 영화 관람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셈. "영화관람 2시간 전에 와야 한다"는 말은 바로 낮에는 5개, 밤에는 6개의 코스 요리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의 주 연령층은 30대 이상. 젊은층보다는 부모님으로 보이는 중장년층이 주류를 이룬다. 특히 일주일 만에 영화관 전체를 빌린 관객도 세 명이나 된다. 영화관을 통째로 빌리는 가격이 180만원에서 최고 300만원임을 감안한다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손님, 영화가 10분 정도 늦게 시작될 것 같습니다."라는 관계자의 말이 솔깃했다. 이유는 늦게 온 손님이 식사를 끝내지 못 했다는 것. 이 곳의 영화 시간은 관객의 상황에 따라 다소 유동적인 것이 장점이다. '30석 예약제'인만큼 관객 편의를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셈.

'고소득층을 타겟으로 한다'라는 설립 취지는 본격적으로 극장에 나타났다. 800만원 상당의 전동식 의자도 눈에 띄지만 마치 LCD TV를 보는 듯한 1500만원의 고가 스크린은 일반 극장의 것보다 선명했다. 관객들에게 가장 환영받은 것은 바로 음향. 소파 밑에 바닥 스피커를 놓아 중저음 하나하나에 의자가 반응했다.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니라 느껴진다고 해야할까.

○ 고급화는 OK 그러나 차별화는 NO?

그러나 문제는 10만원을 선뜻 주고 극장을 찾을 수 있을 정도의 차별화가 이루어졌느냐는 것. 영화관 자체를 놓고 본다면 롯데시네마의 '샤롯데'나 cgv의 '골드클래스' 같은 2만5000~3만 원 짜리 극장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등받이 젖힘이나 다리받이, 칸막이 등은 이미 '샤롯데', '골드클래스'에서 경험해본 것들. 여기에 영화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현재 1~5회 모두 상영 영화는 '스파이더맨3' 뿐이다.

음식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다. 프랑스 요리학교 'Le Cordon Bleu'를 졸업한 요리사 4명이 6코스 정식을 만들지만 저녁 메뉴의 경우 선택 가능한 음식은 양고기, 스테이크, 해물요리 등 3가지 밖에 없다. 직장인 사영경(26) 씨는 "영화와 음식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메뉴가 없어 근처 음식점에서 사먹는 게 낫다"라고 말했다.

CGV 마케팅팀 김일진 과장은 "고급화 전략으로 차별화에 신경썼다"며 "앞으로 음식과 영화에서다양성을 확보하겠다"라고 말했다.

김범석기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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