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공감]빵 먹고 기차놀이… 전시장 맞아?

  • 입력 2006년 6월 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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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일요일은 어떤 의미인가’를 놀이와 디자인 작품으로 짚어 보는 ‘선데이 아이스크림’전. 토스트와 커피를 나눠 주는 ‘선데이 브런치 퍼포먼스’도 열린다. 사진 제공 제로원디자인센터
‘우리에게 일요일은 어떤 의미인가’를 놀이와 디자인 작품으로 짚어 보는 ‘선데이 아이스크림’전. 토스트와 커피를 나눠 주는 ‘선데이 브런치 퍼포먼스’도 열린다. 사진 제공 제로원디자인센터
‘선데이…’전 포스터. 사진 제공 제로원디자인센터
‘선데이…’전 포스터. 사진 제공 제로원디자인센터
《귀청이 떨어져라 쾅쾅 울리는 사운드에 버터 향이 코끝을 감도는 토스트 냄새…. 2일 오후 7시 ‘선데이 아이스크림(Sundae Icecream)’전의 오프닝 행사가 열린 서울 대학로 제로원디자인센터 지하 1층은 전시장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신나는 놀이공간 같았다.》

바삭바삭, 후룩 등의 문구가 인쇄된 옷을 입은 푸드 아티스트 오정미 씨는 한쪽에서 계속 식빵을 굽고 버터를 발라 설탕을 듬뿍 뿌려 나눠주었다. 다른 쪽에선 VJ 지로와 DJ 호준이 음악과 영상이 연결된 비주얼 퍼포먼스를 펼쳤고 ‘더 잭(The Jack)’이란 애꾸눈 토끼 캐릭터의 인형가면을 뒤집어쓴 익명의 펑크 아티스트 ‘잭’은 관객들과 어린 시절에 하던 ‘기차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오 씨는 계속 토스트를 구우면서 “예술이 꼭 심오할 필요는 없다”며 “빵을 나눠 먹고 음악을 듣는 것도 관객들이 이 시점에 나타나는 사회적 문화적 현상의 일부로 거부감 없이 받아들인다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메운 젊은 관람객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즐거움’과 ‘활기’를 공유하고 있었다.

국민대 제로원디자인센터가 기획한 이번 전시에서는 산업디자이너, 모션 그래픽 아티스트, 수필가, 화가 등 10명이 참여해 ‘일요일은 새로움의 발견’(에밀고) ‘일요일은 게임’(지로 & 호준) ‘일요일은 해피밀’(조경규) 등 각자 만든 슬로건을 작품으로 풀어냈다. 관객을 유혹하는 쌍방향 작품이 많았다. 모션 그래픽을 활용한 현대판 ‘만화경’인 ‘보다가 심장이 터질지도 모르는’(송주명), 퐁당퐁당 놀이처럼 물을 건드리면 소리가 나는 ‘물실로폰’(손정림)은 신기한 체험이었다. 지로 & 호준이 만든 ‘뿅뿅’ 오락기처럼 생긴 기계로 음악과 영상의 믹싱작업도 해볼 수 있다. 블로그를 통해 소개된 ‘잭’은 현대사회의 소외된 소수 및 부적응자를 대표하는 토끼 캐릭터. 현장에서 종이컵이나 흰 벽보판에 잭을 그려 넣으면 누구든 ‘잭’이 되었다.

매주 일요일 낮 12시에는 커피와 토스트를 제공하는 ‘오정미의 선데이 브런치 퍼포먼스’가 열린다. 4일 첫 브런치 타임을 찾은 관객들은 “보통 전시장에 가면 딱딱하고 경직된 분위기인데 작가와 소파에 편안히 앉아 대화하니까 전시와 관객 사이의 갭이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즐거워했다.

전시는 7월 2일까지. 관람료 4000원. 02-745-2491, www.zeroonecenter.com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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