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리모델링]<2>습관의 재구성

  • 입력 2006년 1월 16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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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반드시 거창한 것 때문이 아니다. 남들에게 설명할 수도 없는 유치하고 사소한 것 때문에 사생결단하고 다투며 헤어지기까지 한다. 배우자의 사소한 생활습관 때문에 상대를 미워하고 상처 내고 상처받고 살아간다.

○우리는 왜 사소한 것에 집착하나

결혼 20년째인 전업주부 김미영(가명·45·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씨는 남편의 이기적인 습관을 볼 때마다 정나미가 뚝 떨어진다.

김 씨는 2년 터울인 딸 둘이 어렸을 때 식사 때면 애들 밥 떠먹이느라고 자신은 수저 들 틈도 없었다. 그런데 애들 밥 먹이고 자신도 밥 좀 먹으려고 식탁을 보면 매번 남편이 맛있는 반찬은 다 먹어 버리고 김치쪼가리만 남아 있는 것이다.

아들 4형제인 집에서 막내로 자라 식사 때마다 형들과 ‘반찬전쟁’을 치르면서 커온 김 씨의 남편은 40대 중반이 넘은 지금도 맛있는 반찬이 오르면 ‘빨리 안 먹으면 못 먹는다’는 생각이 뿌리 깊다.

주부 권정희(가명·41·경기 용인시 수지읍) 씨는 자영업을 하는 남편이 퇴근만 하면 가족들이 즐겨 보는 TV채널을 독점해 자기 마음대로 돌리는 것에 진절머리를 낸다.

결혼한 지 18년째인 권 씨는 “오래 함께 살다보면 아내 입장에서 못마땅한 남편 버릇이 어디 한두 가지냐”고 달관한 모습이다. 딸들 보기 민망하게 변기 주변에 소변 흘리기, 거실이 울리도록 방귀 뀌기, 아무데서나 꺽꺽 트림하기 등등.

권 씨는 “최근에는 잠을 자면서 험한 욕설을 하는 잠꼬대 버릇까지 생겨 아이들이 들을까봐 겁난다”고 말했다.

결혼 9년째인 이희진(가명·36·서울 광진구 자양동) 씨의 남편은 평소 아이들을 데리고 놀이터에도 잘 다니고 아파트 단지에서 가족과 함께 저녁 산책도 자주 다녀 이웃에게는 가정적인 남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에게는 술만 마시면 다른 인격체로 변하는 가벼운 ‘주사’가 있다.

평소 남에게 대놓고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는 사람이 술만 마시면 집에 돌아와 누군가를 한 사람 콕 찍어서 욕을 하고 화를 내며 물건을 던지기도 한다. 이 씨는 “그럴 때는 남편이 철딱서니 없는 애같이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혹시 이웃들이 알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남편이라고 아내에게 못마땅한 구석이 없을 수가 없다.

그림 선현경
서울 송파구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기석(가명·36) 씨는 결혼생활 8년 동안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 주지 못하는 아내와의 식습관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아 왔다.

고향이 부산인 김 씨는 자극적인 음식을 즐긴다. 반면 서울이 고향인 김 씨 아내는 남편이 ‘음식 할 때면 이렇게 좀 해 달라’고 아무리 말해도 싱거운 음식만을 내놓기 때문이다.

김 씨는 “매번 얘기하는 것도 지겨워 이제는 포기하고 한 달에 대여섯 번쯤 입맛에 맞는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불만을 해소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정모(43) 씨는 아내가 식구들이 잘 안 먹는 반찬을 상할 때까지 냉장고에 방치하는 것을 볼 때 속이 터진다. “먹든지 아니면 버릴 것이지, 왜 만날 냉장고 안이냐고요.”

○무신경한 습관이 부부관계의 적

대체로 배우자의 버릇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받는 쪽은 가족의 생활습관이 그대로 드러나는 가정이 생활의 중심인 아내들이다.

결혼정보업체인 듀오 광고홍보팀의 김상득 팀장은 “최근 재혼 상담을 보면 부부가 파경에 이르는 과정에서 남편이나 아내의 무신경한 생활습관이 부부관계를 악화시킨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유부남 헌장’을 쓰기도 한 김 팀장은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무신경한 생활습관을 방치하면 이혼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하고 일상에서 누적된 배우자에 대한 나쁜 감정이 결국 부부관계에 금이 가게 만든다”며 연애를 ‘무대 위’, 결혼을 ‘무대 뒤’로 비유했다.

그는 “여성들은 ‘무대 위’든 ‘무대 뒤’든 자신에 대해 관리를 비교적 잘 하지만 남성들은 ‘무대 뒤’에서는 더는 연기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방심하기 쉽다”며 “부부간에도 예의와 긴장이 필요한 법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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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 사외기자 kapark0508@hotmail.com

“나쁜 습관 고쳐라” 대신 “여보, 나 좀 도와줄래요”

생활습관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부부 사이의 문제는 습관 자체보다도 남성과 여성의 특성 차이로 인해 악화되는 부분이 크다.

여성들은 천성적으로 타인에 대해 배려하고 남을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난 반면 남성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기 쉽다. 이 같은 차이점이 부부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는 생활공간에서 부부관계를 악화시키고 문제를 일으킨다.

생활습관 때문에 부부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유형은 크게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배우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에 반복되는 습관의 문제. 많은 여성이 ‘우리 남편도 그래’라고 공감하는 ‘변기 커버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변기 커버를 올리고 소변 눈 다음 무심히 두고 나오는 남편 자신은 악의가 없다 해도 아내는 매번 뚜껑을 내리고 일을 봐야 한다.

둘째, 생활 습관이라기보다 생활 스타일의 차이로 인한 마찰이 있다. 무척 깔끔한 성격의 아내와 털털한 성격의 남편이 함께 살 때 흔히 나타나는데 아내는 남편이 퇴근하고 귀가하면 손 씻기 전에는 아무것도 못 만지게 하는 것 같은 경우다.

이런 경우는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 서로 자라온 문화나 경험의 차이가 크므로 대화로 서로의 차이를 좁혀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생활스타일이 다른 점 때문에 불편을 겪는 경우라면 배우자의 변화를 바랄 때에도 “고쳐라”고 요구하기보다는 “내가 너무 힘드니까 나 좀 도와줄래?”라고 말해야 부부 사이에 감정을 다치지 않고 개선될 수 있다.

셋째, 농담 또는 장난 삼아 배우자가 싫어하는 언어나 행동을 계속하면서 평소 속에 쌓아온 감정을 은근히 표출하는 경우다.

평소 할 말 못하고 살아온 내성적인 남편이 가정의 주도권을 아내에게 빼앗기자 이에 대한 불만으로 아내의 신체적인 약점에 빗대어 “돼지” “뚱보”라고 놀렸다가도 아내가 화를 내면 “농담이야” 하고 후퇴하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런 종류의 습관 역시 단순히 버릇의 문제라기보다는 속에 내재된 응어리부터 풀어야 아내나 남편이 싫어하는 습관을 고쳐 나갈 수 있다.

김병후 행복가정재단 이사장 부부클리닉 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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