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74>徐子以告孟子한대 孟子曰夫夷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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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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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는 夷之(이지)가 찾아오자 제자 徐(벽,피)(서벽)을 통해,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夷之가 부모를 厚葬(후장)한 사실을 문제 삼았다. 서벽이 맹자의 말을 전하자 夷之는 유학의 말을 인용해서 묵자의 사상을 옹호함으로써 맹자의 비판에 응대했다. 서벽은 이지의 말을 맹자에게 전했는데 맹자는 이지가 유학의 親疎(친소)와 仁愛(인애)의 관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以告孟子에서 以의 다음에 개사 목적어가 생략돼 있다. 생략된 것은 이지가 서벽을 통해 맹자에게 전하려고 유학자의 도를 끌어들였던 遁辭(둔사·도피의 말)다. 夫는 ‘저’라는 뜻의 지시사이다. 信은 ‘진실로’라는 뜻의 부사이다. 以爲∼는 ‘∼라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親其兄之子는 자기 형의 아들을 친히 함이다. 親其(린,인)之赤子는 이웃집의 갓난아기를 친히 함이다. (린,인)의 글자는 隣과 같다.

夷子는 兼愛(겸애)를 주장하면서도 부모의 상을 후하게 치렀다. 맹자가 그 이론과 실천의 괴리를 문제 삼자 이자는 ‘사랑에는 차등이 없되, 베풂은 어버이로부터 시작한다’라는 논리를 폈으며 ‘사랑에는 차등이 없다’는 논리를 강화하려고 ‘서경’ ‘康誥(강고)’편에 나오는 ‘古之人若保赤子(고지인약보적자)’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맹자의 관점에서 보면 夷子는 親疎와 仁愛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유학의 사상에 따르면 가족과 내외 종족의 사이에도 단락이 있고, 가족과 이웃의 사이에도 단락이 있다. 유학에 따르면 사람은 내외의 종족이 화목하게 되도록 깊이 관심을 쏟으면서도 親疏에 따라 각각 分誼(분의)에 맞도록 조처를 하여야 한다. 또한 仁愛의 실천에서도 나의 가족을 친히 여기는 것은 이웃 사람을 친히 여기는 것과 같을 수가 없다. 주자가 강조했듯이 유학의 사상은 어버이를 어버이로 섬기는 親親을 가장 중심에 두고, 거기서 백성을 어질게 대하는 仁民에 이르고, 거기서 다시 동물을 사랑하는 愛物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는 것이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맹자#심경호#한자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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