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1369>巨구小구가 同賈면 人豈爲之哉리오 從許子之道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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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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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文公(등문공)·상’ 제4장의 마지막이다. 巨구와 小구는 큰 신발과 작은 신발이다. 그런데 ‘巨구小구同賈’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았다. 이미 陳相은 물품의 단위상의 차이는 인정하고 있거늘 맹자의 말은 마치 진상이 그 차이조차 인정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주자(주희)는 이 구절이 가설(가정)의 문장임에 유의하였다. 곧, ‘만일 큰 신발이든 작은 신발이든 가격을 같게 한다면 누가 큰 신발을 만들겠는가, 마찬가지로 품질이 좋은 물건이든 나쁜 물건이든 가격을 같게 한다면 누가 품질이 좋은 것을 만들겠는가?’라는 뜻으로 보았다. 여기서도 그 설을 따랐다. 惡能治國家는 ‘어찌 능히 국가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라는 뜻의 反語(반어)이다.

이 제4장에서 맹자는 農家者類(농가자류)의 사상가 許行의 정치관과 상품관을 비판하였다. 또한 본시 陳良을 따라 유학을 공부했던 진상이 스승의 사후에 허행의 도를 따르자, 그를 면대하여 그 無節操(무절조)를 질책하였다. 맹자는 초나라 출신 진량이 북쪽으로 중화의 이념을 배운 것을 칭송하는 반면 진상이 그 스승을 배반한 것은 用夏變夷(용하변이·중하의 가르침을 써서 이민족의 풍속을 변화시킴)의 원칙에 배치된다고 비난하였다.

허행과 진상은 정치하는 사람이 농사 등의 직접 노동을 하면서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시장의 물품은 단위당 가격을 균일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첫 번째 주장에 대해 맹자는, 옛날의 정치는 군주를 輔佐(보좌)하는 인물이 관료기구를 장악해서 백성들을 다스렸으므로, 군주는 농사지을 겨를이 없었고 오로지 정치를 실행할 인재를 구하려고 근심했다고 반박했다.

허행과 진상의 두 번째 주장에 대해 맹자는, 상품의 가격을 정할 때는 품질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리고 허행의 조잡한 평등주의는 결국 나라를 제대로 다스릴 수 없게 만들 것이라고 비난했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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