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나를 찾아 떠나다]<1>오대산 월정사 수련법회

  • 입력 2005년 7월 15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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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정사 여름수련법회 참가자들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서도 명상에 잠긴 채 근처 전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월정사 여름수련법회 참가자들이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서도 명상에 잠긴 채 근처 전나무 숲길을 걷고 있다.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여름 휴가철, 나태해지기 쉬운 자신을 추슬러 마음을 닦고 영혼을 살찌우는 바캉스는 어떨까. 산사(山寺)나 수도원, 수련원 등 주요 종교의 수행 현장을 탐방해 참된 나를 찾아가는 구도의 열기를 전한다.》

13일 오후 오대산 월정사(강원 평창군 진부면 동산리)의 대법륜전. 반야심경(般若心經) 260자를 절 한 번 하고 글자 한 자씩 써나가는 사경(寫經) 수행을 3분의 1 정도밖에 하지 않았는데도 허리가 끊어질 듯 아프고 허벅지가 뻣뻣해지고 땀은 비 오듯 쏟아진다. 1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절과 글자 쓰기를 반복한 끝에 사경을 마치니 정신을 집중하고 운동도 했다는 보람에 기분이 상쾌하다.

월정사의 올해 1차 여름수련법회(12∼15일). 참가자들은 연일 계속되는 용맹정진에 몸은 고달파도 마음은 점차 맑아지는 듯했다. 올해 참가자 중에는 젊은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다. 월정사 박재현 종무실장은 “20, 30대 여성(11명)이 40, 50대 남성(14명) 다음으로 많다”며 “불교 수행법이 젊은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경에 이은 좌선. 허리를 곧추세우고 가부좌로 2인1조로 마주 앉아 정적 속에 화두(話頭)를 하나씩 붙잡고 참구(參究)한다. 이날 오전 참선 특강에서 정념 주지 스님이 일러준 말들이 떠오른다.

월정사 여름수련법회 참가자들이 비지땀을 흘리며 절 한 번 하고 글자 한 자를 쓰는 ‘사경 수행’을 하고 있다.평창=윤정국기자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빨리 깨달아야 하겠다는 집착에 빠져서도 안 된다. 유심(有心)으로 시작하되 무심(無心)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의 상태를 직시하라. 화두 타파가 곧 깨달음이다.”

하지만 편안함에 익숙해진 몸과 마음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다. 20분쯤 지나자 종아리와 허벅지가 점차 무감각해지고 허리는 자꾸만 굽어진다. 붙잡은 화두는 어느새 달아나버리고 온갖 망상과 잡념이 쉴 새 없이 떠오른다. 어느새 지도스님이 다가와 죽비를 내리친다. 정신이 번쩍 든다.

저녁식사는 원래 건너뛰어야 한다. 수행의 한 방편으로 불식(不食)하는 것. 그러나 초심자들이 많아 삶은 감자가 준비됐다. 주먹만 한 강원도 감자에 김치를 얹으니 꿀맛이 따로 없다.

장대비 소리를 들으며 밤에도 계속되는 좌선 시간. 적응이 되어서인지 낮보다는 훨씬 쉽게 느껴진다. 도시에서는 초저녁인 오후 9시에 잠자리에 들었으나 이내 곯아떨어진다.

수련 일정 사흘째인 14일 오전 3시 50분경 도량석(道場釋·절에서 새벽 예불을 드리기 전 목탁을 두드리며 경내를 깨끗하게 하는 의식) 목탁 소리가 마치 대포소리처럼 단잠을 깨운다. 아침 예불에 이어 또 좌선. 비 온 뒤라 풀벌레 소리, 새소리, 시냇물 소리만 요란한 새벽의 고요 속에 망상을 쫓고 깨달음에 이르려는 수련생들의 구도의 열정이 치열하다.

상큼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전나무 숲길을 걷는 삼림욕은 또 하나의 수행이다. 날씨가 개면서 산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망상들이 사라져 마음도 밝아 온다. 수련생들은 이날 오후 수련회의 하이라이트인 1080배를 한 데 이어 마지막 날인 15일엔 전나무 숲길 1km를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도 해냈다.

월정사는 2차(7월 19∼22일), 3차(8월 18∼22일) 여름수련법회도 잇따라 갖는다. 033-332-6665, www.woljeongsa.org

평창=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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