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어린 환자들이 선물한 ‘삶의 가치’

  • 입력 2007년 7월 2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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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방학이지만 계속되는 학교 수업에 학생들의 눈빛은 마냥 풀려만 간다. 더욱이 자신을 추스를 의욕과 희망이 없는 경우 상태는 더 심각해진다. 어쩔 수 없이 앉아 있는 시간만큼 길고 지루한 시간도 없는 까닭이다.

무더위와 공부에 지쳐버린 학생들. 그들에게 삶의 의미와 시간의 소중함을 깨우치고 용기와 힘을 북돋워줄 방법은 없을까?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 앞에 내던져진 소아신경외과의 어린 환자들 이야기는 삶의 갈증과 허기를 채워줄 청량제이자 보양식이 될 수 있다. 어린이들이 보여 주는 놀라운 회복력과 강인한 재생력은 어른들 자신도 몰랐던 내면의 힘을 일깨우고 인생의 통찰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내가 다섯 살이 되면요, 두발자전거 타는 법을 배울 거예요.” “내가 다섯 살이 되면요, 운동화 끈을 두 겹으로 묶는 법을 배울 거예요.” “내가 다섯 살이 되면 줄넘기를 배울 거예요. 뒤로 넘는 법도요.”

네 살배기 꼬마에게 과연 ‘그때’가 올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만큼 머릿속 종양은 신에게 빌고 또 빌어도 모자랄 정도로 절망적이다. 나오미가 하고 싶은 일들을 날마다 바꾸어가며 ‘다섯 살이 된다’는 사실에 집착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다짐과 희망적인 결심은 어린 시절의 고난을 이겨내고 자기 삶을 무척 사랑하는 행복한 서른 살의 여성을 만들어낸다.

나오미뿐 아니다. 어린이들은 사물을 똑바로 바라보는 법과 인생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진정한 용기란 무엇이며 왜 열린 가슴이 필요한지, 그리고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바로 시간이라는 사실을 일러준다.

아마도 아이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자신이 만들어내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그 무언가의 가치를 믿는 상상력일 것이다. 어린이에게 미래가 끝없는 가능성의 무대일 수 있는 것도, 현실의 구속에서 우리를 해방시켜 주는 것도 모두 상상력의 힘이다. 나아가 어린이들의 치료 여정은 저자가 뉴욕대 소아신경외과 과장이라는 최고 권위를 박차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혹시 우리가 무의미한 일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면 살기 위해 병과 싸우는 어린 환자들의 이야기를 새겨보자. 그것은 무의미한 일상에서 나를 건져내고 새로운 삶의 이정표를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더불어 ‘내가 만약’이라는 주문(呪文)을 덧보탤 수 있다면 그것은 스스로 삶의 가치를 되찾는 힘과 논리를 제공할 것이다.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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