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음악 그 곳]<6>칠레 민주화와 ‘누에바 칸시온’

  • 입력 2004년 4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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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남부의 아름다운 섬 칠로에 풍경. 남부의 항구도시 몬트에서 배로 갈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칠레 남부의 아름다운 섬 칠로에 풍경. 남부의 항구도시 몬트에서 배로 갈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그 음악’을 ‘그곳’에서 들어야 하는 이유는 그 음악에는 그곳의 역사와 삶이 배어 있고 때문에 다른 곳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칠레의 음악을 들으면서 자랑스러운 것은 불과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칠레와 우리나라의 너무나 닮은 모습에 전율했지만 이제는 훨씬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칠레의 형편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때문이다.

정치가 정치가만의 일이 아니라 온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비싼 수업료를 내고 체험한 나라 중 하나가 칠레다. 아옌데와 네루다의 나라 칠레의 70년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격변의 시기였다.(유신헌법에서 광주항쟁까지 이르는 우리 사정을 잠깐 생각해보자).

1970년 살바도르 아옌데의 대통령 당선으로 선거에 의한 합법적 정권교체가 남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면서 칠레에도 ‘봄’이 찾아왔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인 1973년 9월 11일. 군부 쿠데타에 의해 합법적인 정부는 무너지고 굴복하지 않던 아옌데 대통령은 살해됐다. 칠레의 대표적 작곡가이자 가수인 빅토르 하라가 대통령 궁에서 참살된 것도 이때다.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세계적 문호 파블로 네루다가 그 충격으로 인한 병세 악화로 열흘 후 세상을 떠난다. 이런 70년대의 아픈 추억은 1991년 민정회복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의 독재자 피노체트의 체포에서 보듯 과거사 청산이라는 숙제를 남기고 있다.

칠레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 음악의 뿌리는 민요인 ‘폴크로레’다. 민중의 노래인 폴크로레는 ‘누에바 칸시온(새로운 노래)’이라는 형태로 계승 발전되면서 ‘노래 없는 혁명은 있을 수 없다’는 라틴아메리카의 정치, 사회운동에 그 뿌리를 내리게 된다.

‘기타는 총, 노래는 총알’이라는 구호처럼 ‘새로운 노래’운동은 민주화의 견인차이자 저력이었다. 지구의 정반대편에 있는 한국과 칠레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 그 쉽지 않은 인연을 잘 발전시켜 함께 번영하길 바란다.

○추천하는 노래와 음반

칠레는 라틴아메리카의 다른 나라와 달리 남과 북의 문화적 전통이 크게 다르다. 북쪽은 안데스 고원지역 민속음악의 전통을 페루 볼리비아 등과 공유하지만 남쪽은 ‘마리네’라는 토착음악에 북유럽풍의 리듬이 가미된 음악이다. ‘누에바 칸시온’의 두 거인 중 빅토르 하라는 북부의 전통을 이어받았고 비올레타 파라는 남쪽 민요를 채집해 음반을 냈다.

연주단체로는 군사정권시대에 로마와 파리를 거점으로 활동했던 ‘인티 이이마니’와 ‘킬라파윤’이라는 그룹이 대표적이다. ‘인티 이이마니’의 대표음반인 ‘Viva Chile-To Liberty’는 ‘누에바 칸시온’의 한 면을 보여준다. 여기 담긴 ‘피플스 파워의 노래’, ‘두 번째 독립’, ‘시몬 볼리바르’(라틴아메리카 해방운동의 상징적 인물) 등은 칠레 민중의 목소리를 대변한 곡이라 할 만하다.

또 하나 추천할 음반은 메르세데스 소사에 이어 최근에 라틴아메리카의 대표적 디바로 주목받는 파트리시아 살라스의 음반, ‘Puerto Montt(몬트 항구)’다. 몬트는 남부의 대표적 항구도시. 라틴아메리카 음악을 대표하는 ‘한 곡’이라고 할 만한 ‘삶의 찬가’(Gracias A La Vida. 비올레타 파라 작곡)가 들어 있다. 칠레인의 서정과 그 세계성을 깊게 느낄 수 있는 곡이다.

파트리시아 살라스의 ‘푸에르토 몬트’(Puerto Montt) ‘삶의 찬가’(Gracias A La Vida) (듣기 click)

인티 이이마니 앙상블(Inti-Illimani Emsemble)의 '피플스 파워의 노래‘(듣기 click)

○칠레 여행 길라잡이

태평양과 안데스 산맥의 계곡에 자리 잡은 수도 산티아고.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사는, 고층건물이 즐비한 대도시다. 잘 짜인 도시는 덕분에 유럽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나 칠레의 진짜 매력은 남부에 있다. 고기잡이 어항 몬트는 남부 민속과 음악의 고장인 칠로에섬으로 가는 길목. 칠로에행 배가 여기서 떠난다.

칠로에섬을 찾았을 때 나는 묘한 착각에 빠졌다. 칠로에섬은 아리랑 등 민요가 잘 보존된 우리의 진도(珍島), 몬트는 목포항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남극 세종기지로 가는 배의 출항지인 푼타아레나스, 모아이 석상이 있는 태평양의 이스터섬도 가볼 만한 곳이다.

강선대 명지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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