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선희의 인상보기 희망읽기]꼿꼿이 세운 등 당당한 인생

  • 입력 2003년 6월 12일 16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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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선수 이태현의 등. 인상학적으로는 넓적하고 두꺼운 등을 좋은 등으로 친다(위).등을 눌렀을 때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그 앞의 장기에 이상이 있지 않은지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씨름선수 이태현의 등. 인상학적으로는 넓적하고 두꺼운 등을 좋은 등으로 친다(위).등을 눌렀을 때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그 앞의 장기에 이상이 있지 않은지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등은 우리 몸의 기둥이다. 등이 얼마나 듬직하냐를 보고 그 사람의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등이 넓적해서 짐을 많이 질 수 있는 사람을 큰일을 할 사람으로 여긴다. 말단사원이라도 등을 세우고 어깨를 펴서 당당하게 걷는 사람은 언젠가는 수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사람으로 본다.

사채업자들 사이에는 구부정하게 기대앉는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다. 등을 펴고 얘기하는 사람은 지금 당장 주머니사정이 급해도 언젠가 갚을 능력이 있지만 자꾸 어딘가에 등을 기대려는 사람에게는 별 미래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권위 있고 실력자일수록 등을 세우고 꼿꼿하게 걷는다. 여성들도 스스로 격조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반듯하게 걷는다. 등이 구부정하면 읍소하면서 지내는 사람들이다.

등이 휜 사람은 지금 다른 사람을 부리면서 산다고 하더라도 일찍부터 나쁜 침대를 사용했거나 잠자는 자세가 바르지 못했든지 아니면 비겁할 정도로 당당하지 못한 세월을 오래 산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또 지금 남 앞에서 호령을 한다고 해도 언젠가는 남 밑에 가게 된다.

굽은 등과 반듯한 등에 대한 인상학적인 해석은 시대가 달라지면서 바뀌었다. 예전에는 나이가 들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는 것이 자손들에게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고목은 구부러지고 쓰러져 새 생명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이 되어야 한다는 자연의 순환법칙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었다. 이런 시대에는 노인의 허리가 너무 꼿꼿하면 본인은 건강할지 몰라도 자손이 늦된다고 생각해 일부러라도 등을 굽히고 다녔다.

그러나 지금은 노인의 경우라 할지라도 굽은 등을 좋게 보지 않는다. 그만큼 나이가 들어서도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며 자식들을 분가시키는 사람들이 많다.

흔히 적대관계가 되면 ‘등을 돌린다’고 한다. 사람의 등에는 표정이 있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도 감정을 드러낸다. 돌아선 모습에서도 등과 연결된 부위인 어깨와 허리의 긴장도를 보면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알 수 있다.

인상학적으로 넓적하고 두꺼우면서 길어야 좋은 등이다. 동양에서는 전통적으로 등이 긴 사람을 귀격(貴格)으로 쳤다. 상체가 군(君)이면 하체는 신(臣)이라는 이분법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등이 긴 것은 좋게 해석된다. 요즘은 다리가 긴 서구인 체형을 높이 사지만 인상학적으로는 키가 작더라도 다리보다는 등이 긴 것을 더 좋은 팔자로 여긴다.

등을 펴서 좋은 자세를 만드는 법은 무조건 등이나 어깨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다. 시선을 먼 곳에 두면 등은 자연히 펴지게 된다. 시선을 멀리 두면 생각도 움츠러들지 않고 폭이 넓어진다.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대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등을 눌러 보아 특정 부위가 아프다면 그 앞 부위의 장기가 안 좋다는 의미다. 여름철이 되면 일광욕을 하다가 등을 심하게 태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는 보이지 않는 등 안쪽의 장이 늙는다.

내 눈으로 볼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서 등 관리를 소홀히 해선 안 된다. 건강상으로는 물론 내 등의 표정까지 잘 관리해서 멋진 뒷모습을 만들 때 내 인생의 기둥이 바로 서고 든든해진다.

주선희 인상연구가 joo33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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