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동시다발 금리인하… 한-미도 돌아설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커버스토리] 美中 무역전쟁 격화에 기대감 커져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세계 각국이 금리 인하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1분기(1∼3월)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데다 수출이 6개월째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자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2일 국제금융센터와 각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인도 필리핀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4월에는 인도와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렸고 5월에는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금리 인하 행렬에 동참했다. 뉴질랜드 아이슬란드 스리랑카도 지난달 금리를 낮췄으며 호주도 4일 여는 통화정책회의에서 역대 최저인 현재 기준금리(1.50%)를 0.25% 더 낮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리 인하를 일축해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를 인하 쪽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리처드 클래리다 연준 부의장은 “세계 경제 및 금융 전개 상황이 중대한 하방 위험을 나타내면 현재 금리에 대한 입장을 재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이민을 이유로 멕시코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내’ 기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에서는 장기 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심화하면서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압박이 커지는 모습이다. 한은이 금리를 동결(1.75%)한 지난달 31일, 국고채 금리는 30년, 50년짜리 초장기물까지 모두 기준금리를 하회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1.59%로 기준금리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채권을 오래 보유할수록 손실 위험도 높아지기 때문에 통상 장기채 금리는 기준금리보다 높다.

장단기 금리 차 역전은 국내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커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수출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면서 경기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의 5월 수출은 전년 대비 9.4% 감소한 459억1000만 달러로 6개월 연속 줄었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30.5%, 대중(對中) 수출은 20.1%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보복 관세 부과가 이달부터 본격화함에 따라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둡다. 한국무역협회는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로 한국의 총수출액이 최대 0.14%(약 8억7000만 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현재 경제 상황이 위기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KBS에 출연해 “경제 상황 지표나 동향을 볼 때 위기 상황이라는 지적은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2분기에는 정부가 노력했던 민간 투자 활성화의 결과가 나타나고 재정 조기 집행 효과도 가시화되면서 경기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하반기 글로벌 경기 둔화 압력이 높아진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등장했다”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올해 4분기(10∼12월)에서 3분기(7∼9월)로 앞당긴다”고 밝혔다.

신민기 minki@donga.com / 세종=이새샘 기자

#기준금리#무역전쟁#신흥국#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