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크엔드포커스]중고생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된 까닭은?

  • 입력 2005년 4월 7일 16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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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이 교과서를 본다?

이런 어른들은 만학도이거나 학교 선생님일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중고교 교과서로 공부하는 일반인들이 적지 않다.

이들은 “예전과 달리 교과서 질이 좋아진 데다 내용도 잘 정리돼 있어 각종 시험 준비서로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영어, 국어 등 어학서와 국사 등 사회과학서 수요가 많다.》

○ 중학수준만 마스터해도 생활영어 OK

성악을 전공하는 대학생 정성희(24) 씨는 최근 중고교 영어 회화 교과서로 공부하고 있다. 내년 미국 유학을 앞두고 영어의 기본부터 다져놓겠다는 것. 정 씨는 “중고교 영어 교과서는 실제 사용되는 생활회화 표현 중심으로 돼 있어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중고교 교과서로 공부하라고 하면 “내가 학교 졸업한 지가 언젠데…”하며 ‘자존심’을 들먹거릴 만하지만 요즘엔 정 씨 같은 사람들이 많다. 실제로 서점가에서 인기를 끄는 영어 학습서들은 ‘중학교 수준’의 영어를 표방하고 있다.

미국 유학 도중 영어 학습서 ‘박경림 영어 성공기’(디자인하우스)를 낸 개그우먼 박경림 씨도 교과서 예찬론자. 그는 책에서 “미국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필요한 단어는 약 1500단어로, 중학교 영어 교육만 착실히 마치면 충분하다”면서 “중학교 1학년 교과서부터 한 권 구해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지문을 통째로 외우라”고 적고 있다.

아예 중학교 교과서 이름을 내건 학습서들도 나왔다. 길벗이지톡에서는 “TRY AGAIN! 중학교 교과서로 다시 시작하는 영어” 시리즈 5권을 내놨다. 영어회화와, 리스닝, 토익 학습서까지 나와 있다. 기획 의도는 “중학교 수준 영어만 제대로 해도 성공”이라는 것. 실제로 중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어휘와 표현 중심으로 구성했다. 이 시리즈는 지금까지 20만 부 넘게 팔려 나갔다.

참고서 가운데서는 중고교생용 ‘성문영어’나 ‘맨투맨’이 일반인들에게 인기. 교보문고 학습서 담당 박순혜 북마스터는 “이 가운데서도 성인들은 성문기초영어와 맨투맨 기본영어를 가장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 공무원 수험서로서도 으뜸

행정고시나 7·9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고등학교 국어와 국사 교과서가 주요 수험서 가운데 하나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정보를 총망라하고 있기 때문.

강남박문각행정고시학원의 한국사 담당 김현철 강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고등학교 국사 교과서를 5∼10번 정도 소설책 읽듯 찬찬히 읽어보라고 권한다. 김 강사는 “역사의 흐름을 잡는 데 교과서만한 게 없고, ‘정설’ 역사에 시각을 맞추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학원 국어 담당 강영원 강사도 “국어 교과서 가운데서도 고등학교 국어(상) 문법편인 ‘바른 말 고운 글’ 단원을 꼼꼼히 읽어두는 게 좋다”고 말한다. 특히 요즘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 생활국어 비중이 높아 기초문법을 꼭 익혀 둬야 한다. 국어 교과서 부록으로 붙어 있는 한글맞춤법과 표준어규정도 공부해 두면 좋다.

사실 교과서를 사 보면 기타 수험서보다 경제적인 면에서도 유리하다. 국정교과서인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는 국어(상) 2840원, 국어(하) 2810원. 국사 교과서는 2820원이다.

○ 아이와 함께 읽는 교과서

역사서가 대중화되면서 정식 교과서는 아니지만 대안 교과서에 대한 수요도 많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쓴 ‘살아있는 한국사 교과서’(휴머니스트)는 전국 100여 개 중고교에서 단체 구입을 하는 등 부교재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지금까지 팔린 30만 부 가운데 80∼90%는 어른들이 사 갔다.

휴머니스트 이재민 편집장은 “자녀에게 책을 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읽고 이야기하는 부모들이 많다”면서 “교과서는 학생 책가방에만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사회 전체와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독도 문제가 불거진 이후에는 교양서로서 국사 교과서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교보문고 교과서 판매코너의 손현수(25) 씨는 “예전에는 국사 교과서를 찾는 어른들이 거의 없었는데 독도가 관심사로 등장하면서 꾸준히 팔리기 시작해 현재 교과서가 다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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