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패션]남성속옷 드로즈 열풍… 삼각-사각팬티 벗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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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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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42% 쑥… 삼각-사각 압도“배 나와도 옷 맵시 살아”30, 40대에 선풍적 인기

속이 비치는 소재로 만들어진 드로즈. 드로즈는 몸에 달라 붙으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
속이 비치는 소재로 만들어진 드로즈. 드로즈는 몸에 달라 붙으면서도 답답하지 않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다.
“멋진 디자인에 끌려 형님과 반씩 나누기로 하고 구매했는데 절반 나눈 게 너무 아쉬워요.”, “이 제품을 사려고 난생 처음 TV홈쇼핑을 해 봤습니다.” 드로즈(drawers)를 구매한 30, 40대 남성들의 이야기다. 사전적인 의미로 ‘속바지’인 드로즈는 몸에 달라붙는 반바지 형태의 남성 하의 속옷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삼각팬티와 트렁크(사각팬티)를 혼합한 형태라고 보면 된다.

드로즈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유명 패션디자이너 이상봉 씨가 디자인한 패션 드로즈를 단독 판매하고 있는 CJ오쇼핑에서는 1시간 분량의 방송마다 3000세트 이상이 팔리고 있다. 가장 최근 방송에서는 4500세트가 판매되기도 했다. 롯데백화점은 4월 판매를 기준으로 드로즈와 삼각팬티, 사각팬티 매출이 ‘5 대 3 대 2’였다.

○ 1, 2년 사이 드로즈 폭발적 인기

신세계 이마트의 수치를 보면 드로즈의 인기가 더욱 분명히 드러난다. 올해 1∼4월 드로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1.6% 신장한 것. 반면 삼각팬티는 3.0%, 트렁크는 7.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언더웨어 전체 매출이 15% 증가한 점을 감안하면 남성 언더웨어 시장에서 드로즈는 ‘뜨고’, 삼각팬티와 사각팬티는 ‘지고’ 있는 셈.

3, 4년 전만해도 남성 언더웨어 시장에서 삼각팬티가 드로즈 매출의 2배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드로즈는 캘빈클라인(CK)이나 게스(GUESS) 등 일부 수입 브랜드에서만 비싼 값에 파는 제품이었다. 화려한 색상에 굵은 팬티줄을 자랑하는 드로즈는 20대 멋진 젊은이들의 전유물이었으며 청바지 위로 팬티줄이 드러나 브랜드를 보이게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식스팩’ 같은 화려한 복근과 길쭉한 다리를 갖지 않은 배가 조금 나온 30, 40대 남성이 입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웠던 것이 사실.

이석구 CJ오쇼핑 MD는 “불편이 아니라 부담”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7월 ‘이상봉 드로즈’를 처음 선보이면서 사전 고객조사 결과 30, 40대 남성들은 대부분 ‘한 번 입어보고는 싶지만 왠지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 그동안 구매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서도 ‘너무 조여서 답답할 것 같다’, ‘허벅지와 배에 살이 많아서’, ‘20대나 입는 스타일’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이 MD는 “하지만 앞으로 구매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72%가 ‘그렇다’고 답했다”며 “최근 1, 2년 사이 남성들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점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드러내지 않으며 만족 찾는 미묘한 심리


그러나 업계에서는 단순히 남성의 패션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만으로 드로즈의 인기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30, 40대 남성들의 ‘현실’과 ‘이상’ 사이 미묘한 심리에 대한 분석이 더해져야 한다는 것. 잘 생기고 키 크고 몸매 좋은 남성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키는 그저 그런 수준이고 배가 나오고 허리가 굵어진 ‘현실’ 속에서 20대처럼 보디라인이 드러나는 슬림한 정장을 입고 싶은 ‘이상’을 꿈꾸는 30, 40대의 심리가 드로즈의 구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평소 드로즈를 자주 입는 회사원 김민용 씨(34)는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30, 40대는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파격적인 옷을 입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스타일을 뽐낼 수 있는 드로즈를 구매하게 된다는 것.

드로즈는 ‘보기에는 불편할 것 같지만 입으면 매우 편하다’는 의견이 많다. ‘드로즈 전도사’를 자처하는 이해선 CJ오쇼핑 대표(55)는 “트렁크를 많이 입는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 땀이 많이 나고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드로즈만 입는 자신의 경험담을 얘기했다.

실제 CJ오쇼핑의 구매 고객 분석 결과 드로즈를 가장 많이 구매한 연령대는 40대 초반 남성이었으며 구매 후 95%가 긍정적이라고 했다. 반품 비율은 3%에 그쳐 CJ오쇼핑 언더웨어 상품 중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상봉 디자이너는 “중년 남성들도 여성들처럼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을 즐길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이런 생각을 가진 중년 남성이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윤여제 롯데백화점 남성MD팀 과장은 “몸에 착 붙는 남성 의류가 많아진 것도 드로즈 인기의 한 요인”이라고 귀띔했다. 남자들도 팬티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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