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이대앞 가정식백반 'BaB'

  • 입력 2001년 11월 29일 18시 34분


오전 11시부터 사람들이 줄지어 선다. 오후 2시반이 지날 때까지 최소한 3, 4명은 문앞에서 수다를 떨며 차례를 기다린다. 오후 3∼4시에 잠시 소강상태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폐점시간인 오후 8시반까지 줄을 안서고는 먹을 수 없는 ‘희한한’ 상태가 유지된다.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에 있는 ‘BaB(밥·02-393-3964)’은 ‘단사표음(簞食瓢飮)’이란 고사를 떠올리고 싶은곳이다.간판에서도 ‘밥’을 강조했듯이 소박하지만 ‘밥 먹는 즐거움’이 뭔지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메뉴는 4500원짜리 가정식백반과 비빔밥 두 가지뿐이다. 가정식백반에는 김치전 동태전 호박전이 담긴 삼색전과 실무늬어묵, 양념돈가스, 닭강정, 연근 등 9가지 반찬과 된장(혹은 순두부찌개)으로 구성돼 있다. 비빔밥은 무생채 참나물 숙주 청포묵 등에 튀각을 조금 넣어, 일반적인 식당에서 보는 재료와는 조금 다르다.

반찬은 회색 자기그릇에 깔끔하게 담겨져 9가지나 나오지만 양이 적다. 버리는 음식을 줄이기 위해서다. ‘리필’은 무한정 가능하지만 남은 밥의 양을 감안해 종업원들이 2분의 1 또는 3분의 1만 새로 담아주곤 한다.

이 집 사장은 이화여대를 다니는 딸이 “친구들과 밥 먹을 곳이 마땅치 않다”고 말하는 것을 맘속에 담아두었다가 ‘엄마의 마음’으로 올해 3월 식당을 차리게 됐다고 한다. ‘자식들 밥’이라고 생각해 조미료 안넣고, 밑반찬도 매일 아침 새로 만든다. 요즘은 학생들도 학생들이지만 교수들이 더 많이 찾는다.

7평 남짓한 공간에 4인좌석 4개, 2인좌석 4개가 고작이지만 예전 초등학교 교실을 연상시키는 나무 바닥, 흰색 나무의자, 색깔 좋은 과일을 담아 놓은 장식잔 등 앙증맞은 인테리어 덕택에 그야말로 ‘홈 홈 스위트 홈’ 분위기다.

이화여대 정문에서 럭키아파트 쪽으로 30m만 가면 된다. 주차불가. 일요일은 쉰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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