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거여 바지락 손 칼국수'

  • 입력 2001년 10월 24일 18시 55분


기껏 국수 한 그릇을 시켰는데도 음식이 나오는데 10분이나 걸렸다. 그러고 보니 다른 식당에서는 참 총알같이도 빨리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갈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이 느껴지는 것도 특징이다. 알고 보니 이 집 육수는 ‘사전제작’ 이 아니라 새로 한 그릇을 만들 때마다 바지락을 넣고 푹 고아 국물을 만들고 있었다. 맛이 틀려지는 건 그때그때 바지락의 양이나 맛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었다.

날씨가 추워질 때, 국물이 그리울 때 특히 입맛이 당기는 집, 바로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거여 바지락 손칼국수(02-403-3119)’집이다. 인테리어도 소박하고 메뉴도 달랑 4500원짜리 손칼국수와 4000원짜리 물만두 뿐이다. 공기밥(1000원) 정도를 추가할 수 있고, 소주나 음료수는 아예 갖다놓질 않았다.

칼국수 국물은 바지락의 ‘원형(原形)’이 최대한 투영돼 특유의 맛이 살아난다. 해물은 오래 끓일수록 향이나 맛이 변하기 때문에 바지락은 국물 맛이 우러나면서 영양도 적당히 살아있을 만큼만 끓여야 한다는 것이 이 집 주인의 설명. 마늘 다진 것도 안 넣을 만큼 별다른 간을 안 하는 이유도 역시 바지락 고유의 맛이 훼손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 곳은 매일 밀가루를 사다 직접 반죽해 면을 만든다. 김치도 다음날 오전까지 먹을 만큼만 매일 50포기씩 담근다. 면은 부드럽지만 시간이 지나도 국물에 잘 퍼지지 않는다. 밀가루반죽 단계에서 ‘비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란다. 김치는 익은 김치가 아니라 겉절이다. 새큼달큼한 첫맛을 되새겨보면, 설탕과 까나리액젓이 들어간 것 같다.

오전 9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식사시간 외에도 해장국 삼아 먹으러 오는 사람도 많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12개의 일간지가 한 식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다. 주차공간도 넉넉하다.

<조인직 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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