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일산 '초가 누룽지'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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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복(中伏)이 지나고 무더위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다. 냉면 장어 삼계탕, 심지어 보신탕까지 여름철의 별식 영양식이 지천에 있지만 모두가 고만고만한 메뉴라 ‘골라 먹는 재미’가 덜하다.

동의보감 본초강목편에 “호박은 성분이 고르고 맛이 달며 오장을 편하게 하고 혼백을 밝게 한다”고 적혀 있다. 호박을 이용해 여러가지 보양식 메뉴를 만든 곳, 경기 고양시 일산구 일산동에 있는 ‘초가 누룽지’(031-977-2993∼4)다.

약호박본정식(1만4000원) 또는 특정식(2만원)을 시키면 경기 연천군 등에서 나온 호박으로 만든 호박죽과 호박밥이 우선 나온다. 호박죽은 단순히 호박을 쪄 만든 것일 뿐 추가 양념이 일절 없다.

호박밥은 단호박 뚜껑을 따고 씨앗을 제거한 다음 육수를 부어 찹쌀 멥쌀 조 수수 흑미 밤 대추 은행을 넣고 중탕으로 찐 것이다. 고구마나 찐밤처럼 달착지근한 호박에 고소한 곡식맛이 잘 배어 있고, 반찬으로 나온 4색모둠나물 호박잎쌈 등과 잘 어울린다. 낙지 단호박 불고기가 합쳐진 불낙약호박전골(7000원)은 호박 특유의 향이 잘 배어 있는 탓인지 뒷맛이 시원하고 고소하다.

정식에 포함돼 있는 ‘비(非)호박’ 메뉴들 중에도 영양식이 많다. 사찰음식인 연근밥, 꽁보리돌솥밥, 조개부인술빵, 버섯버터구이 등은 다른 곳에서는 많이 취급하지 않는 것들. 꼬마누룽지밥은 한입에 들어간다. 화로구이 돼지고기(6500원), 칡냉면(4500원)은 선택사양.

자유로에서 장항IC로 들어와서 백마교 쪽으로 직진하고 다시 봉일천 쪽으로 좌회전해 2.5km 정도 더 가면 된다. 백마역을 향하는 기차들이 이따금씩 기적 소리와 함께 지나간다. 주말에는 예약이 필요. 주차공간은 넓다.

<조인직 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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