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안면도 꽃지해변은 지금…수억송이 꽃바다

  • 입력 2002년 4월 24일 18시 07분


관광객들이 해변에 가득한 꽃향기를 맡으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해변에 가득한 꽃향기를 맡으며 봄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다.

《저녁 노을 곱게 물든 서해 낙조를 감상하기에 좋은 안면도. 쉼없이 펼쳐지는 해변의 하얀 모래사장과 안면송 우거진 숲은 안면도의 또다른 매력이다. 이 아름다운 해변에서 펼쳐질 ‘2002 안면도 국제꽃박람회’가 오랜 준비를 마치고 26일 개막된다. 행사가 펼쳐질 충남 태인군 안면도의 꽃지해변으로 안내한다.》

해변을 지키고 서 있는 것은 두 개의 바위였다. 오랜 풍화작용에 깎이면서 모나지 않게, 별로 위압적이지 않게 그러나 온갖 사연을 모두 담은 듯이 서 있는.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할미 할아비 바위’라고 했다.

지던 해가 바위 사이 바다에 잠시 머물 듯 수평선 위에 자리잡았다. 누가 이름 지었을까.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섬’(안면도·安眠島)이라고. 그 이름처럼 이 섬에서는 어느 해변도 완만하고 전체적으로 굴곡이 심하지 않아 걷기에 편한 느낌을 준다.

할미 할아비 바위 뒤로 붉은 해가 넘어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꽃지는 예쁜 그 이름 때문에 눈에 띈다. 10여개의 안면도 해수욕장 가운데서도 가장 널리 알려졌다. 바닥의 모래는 매우 곱고 넓다. 할미 할아비 바위는 이별을 겪은 부부가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마주 보고 있다는 안타까운 전설을 간직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 해변은 성내지 않고 조용했다. 밀려 오는 파도 소리뿐이었다. 바위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 곁으로 노란 유채꽃이 진한 향기를 풍기며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해안가라 바람이 거세지만 안면도의 바람을 평온함속에 맞이하게 해주는 것은 소나무다. 조선시대 궁궐재료로 썼다는 키 큰 안면송 사이에서는 서면 거센 해풍도 잦아든다. 해변의 사구 뒤편에서 묵묵히 바람벽을 자처하고 선 소나무의 숲. 백년이 넘었어도 기골은 장대했다. 늠름한 소나무들이 늘어선 풍경은 속되지 않은 기품을 풍긴다. 그런 소나무로 둘러싸인 해변의 풍경. 역시 안면도 해변과 함께 기억될 만하다.

그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안면도 자연휴양림이다. 3km나 되는 긴 산책로는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멋진 곳을 지난다. 걷다 보면 소나무 향이 몸에 배일 만큼 숲향기가 짙다. 해변과 숲의 풍치를 두루 즐길수 있는 곳. 산책코스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게다가 꽃지해변은 자연휴양림에서 지척의 거리다. 걸어서 30분 정도나 될는지.

5월19일까지 계속될 국제 꽃박람회장이 들어선 곳이 바로 여기, 꽃지와 휴양림 사이다. 이 축제는 일본 중국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등 30개국의 170개 단체 및 업체가 참가해 펼치는 ‘꽃의 월드컵’이다.

24만평의 축제장에는 실내전시관(8개)과 야외정원(13개)과 수목원이 들어섰다. 총 56종의 꽃 185만본(1억송이 가량)이 심궈진채 개막되기 만을 기다리고 있다. 실내전시관은 각각 ‘꽃과 새문명’ ‘코스모스’ ‘꽃음식전시’ 등 저마다 주어진 주제를 꽃으로 표현하는 곳이다. ‘꽃과 새문명관’에서는 영상을 통해 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평화를 지향하는 세계건설의 메시지를 보낸다. ‘코스모스관’에서는 ‘춤추는 꽃’(중국 윈난성) 튤립(네덜란드), 꽃꽂이(일본) 등 세계 각국의 대표적인 꽃을 전시한다. ‘꽃음식 전시관’에서는 진달래파전 진달래술 국화전 등 130가지나 되는 ‘꽃과 음식’의 만남을 전시 판매한다.

야외정원에 있는 ‘평화의 뜰’은 스탈린그라드(러시아), 백마고지 등 전장에서 퍼 온 흙에 유채 백합 카네이션 장미 등 꽃을 심어 평화를 상징하는 설치예술과 같은 작품. 수목원에는 한국의 전통정원을 재현하고 백목련 산철쭉 갈참나무 등을 심어 두었다.

꽃박람회장의 출입구는 꽃지해변. 각 전시관을 거쳐 수목원으로 가면 곧바로 안면도 자연휴양림에 연결된다.둘러 보는데 꽃박람회장은 4시간반, 자연휴양림은 1시간 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안면도〓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

▼“이 꽃 이름이 뭐지?”

지구상의 어느 전문가에게 물어봐도 “글쎄, 이게 뭐지?”라는 답변 밖에 들을 수 없는 식물이 존재할까. 믿기 어렵지만 그렇다. 26일 충남 태안에서 개막하는 2002안면도 국제꽃박람회에 ‘진객’으로 초청받은 정진봉(53)씨의 소장 식물이 바로 그것.

정체도 알 수 없을뿐 아니라 신비한 특성을 지닌 일명 '신기단엽목'

정씨는 1970년대 초 동남아 여행중 인도네시아의 한 야산에서 이 식물을 캐왔지만 지금까지 정확한 이름을 알지 못한다. 그동안 사진과 관련자료를 수많은 식물학 및 생명공학 전문가에게 보내 학명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허사였기 때문.

최근에는 이 분야의 전문기관인 뉴욕 주립식물원 연구원과 동남아 전지역의 분포 식물을 도감으로 만든 일본 히로시마대학 관계자 등에도 문의했지만 “배운 적도 없고, 알 수 없는 식물’이라는 답변을 해왔다는 것.

정씨는 30년간 이름을 붙여주지 못하다 최근 한 초등학생이 이 식물을 보고 “참, 신기하다”고 감탄하는데 착안해 ‘신기 단엽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높이 20∼30cm, 폭 10∼30cm 정도의 크기에 가지는 2.0∼3.0cm로 가늘며 자그맣고 노란꽃을 피우는 이 식물은 정체를 알 수 없을 뿐아니라 초등학생의 감탄처럼 실제로 신기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나뭇잎의 색깔은 햇빛을 받으면 암적색을, 햇빛이 사라지면 녹색으로 변한다. 잎을 손가락 끝으로 살짝 건드리면 마치 신경이 살아있는 동물이 수줍음을 타듯 아래로 가라 앉는다.정씨는 “신비에 쌓인 신기 단엽목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이번 박람회 기간동안 금강초롱관에서 전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면도(태안)〓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여행정보

▽찾아가기 △손수운전〓서해안고속도로/홍성IC∼29번국도(해미 방면)∼갈산 삼거리(좌회전)∼662번 지방도(서산간척지 방면)∼서부(40번 지방도)∼서산간척지 방조제∼원청 삼거리/좌회전∼77번 국도(안면도 방면)∼안면교∼안면읍 소재지∼꽃지해변. △대중교통(직행버스)〓서울↔안면읍(3시간 소요)하루 10회 운행. 첫차 07시35분, 막차 17시15분. △시외버스터미널(안면읍) 041-673-8666

▽입장요금(괄호안은 예매권) △일반 1만2000원(1만원) △청소년 9000원(8000원) △어린이 6000원 △인터넷 예매〓www.tripland.co.kr

▽문의처 △꽃박람회 조직위(http://floritopia.or.kr)〓041-671-8114 △교통상황실(행사기간)〓041-671-8091∼4.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