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삶의 빅딜]광고회사 부장 최진씨

  • 입력 2000년 2월 20일 20시 02분


외국합작 광고기획사 주리앤디디비의 최진씨를 만나면 두 번 놀란다. 하나는 그가 서른한 살 젊은 나이에 부장 자리에 앉아 있어서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그 자리를 충분히 차지할 정도로 창조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최부장의 생활신조는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래서 라이프 사이클도 남다르다. 일을 위해 낮과 밤을 아예 ‘교환’해버린 것.

최근 두 달간 낮에 일하고 밤에 잔 날은 단 이틀. 나머지는 오후 3시경 출근해 새벽 6, 7시에 퇴근한다. 매일 아침에 들어오고 낮에 집을 나서는 것을 목격한 아파트 이웃들은 그를 형사로 추정하고 있다. 또 곱상한 외모와 캐주얼한 옷차림을 보고 우유배달 아줌마는 그가 호스트바 종업원이 아닐까 하는 창조적인 추측도 내놓았다.

최부장은 아이디어로 먹고 산다. 광고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광고문구(카피)나 디자인에서부터 제작까지 총지휘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이 회의, 저 회의에 빠짐없이 참석하다 보면 아이디어를 떠올릴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 낮시간은 아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거나 잠을 잔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밤에는 스탠드 하나 켜놓고 아이디어를 떠올리느라 분주하다. 회사에서도 그를 ‘내놨다’. 워낙 업무성과가 좋으니.

그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외에는 어떤 신경도 쓰지 않으려고 작심했다. ‘어느 옷을 입을까’고 출근 전 고민하지 않으려고 마음에 드는 옷은 너댓벌씩 사서 같은 옷만 입는다. ‘밥 먹으면 몽롱해진다’는 이유로 밥도 하루 한끼, 그의 표현을 빌자면 “스태미너가 떨어지기 직전에” 먹는다.

하루 수면시간은 3∼4시간. 머리가 복잡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틈틈이 전자오락으로 스트레스를 푼다. 그는 “아이디어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머릿속에서 이어지다가 결국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 막막한 상황에 부딪치는 순간에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탄생한다”고 말했다. 보통 새벽 3,4시쯤.

지난해 말 ‘새 밀레니엄’이라는 화두를 두고 남들이 ‘첨단’‘1등’을 외치던 시기에 그는 대기업의 이미지 광고로 홀연 ‘고객행복’을 들고 나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이 아이디어도 새벽 3시에 탄생했다.

대학원생인 아내(김주현·26)와는 한 달에 두 번쯤 마주친다. 그러나 밤낮이 뒤바뀌니 좋은 것도 있다. 명절에는 아무리 바빠도 퇴근하면 저절로 차례지낼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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