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지는 것은 죄악”… 살아남으려는 ‘수컷들’의 몸부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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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겨야만 하는 현실을 그린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 국립극단 제공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겨야만 하는 현실을 그린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 국립극단 제공
미국 고교 농구부 선수였던 동창 4명이 그들을 가르쳤던 농구부 감독(박용수)의 집에 모여 20년 전 우승을 추억한다. 이들은 친구이자 현 시장인 조지(김동완)의 재선 전략을 세우지만 곧 자신만 살기 위한 몸부림을 펼친다.

연극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은 미국 배우이자 극작가인 제이슨 밀러의 작품으로 토니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품이다. 극 중 중년의 동창들 사이에 우정이란 없다. 사업가 필(김태훈)은 조지의 경쟁자가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그에게 선거자금을 지원하려 하고, 중학교 교장 제임스(이종무)는 자신이 시장 후보가 되겠다고 나선다. 급기야 필과 조지 아내의 불륜 사실이 폭로된다.

이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수컷들을 연기하는 다섯 남자 배우는 폭발적인 에너지로 무대를 달군다. 감독은 “지는 것은 죄악이다. 오직 이겨라!”라고 제자들을 몰아붙인다. 이들이 이기려 발악할수록 처연함은 짙어진다. 이들에게 이기는 것은 그저 살아남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는 이 시대 가장들의 모습과도 닮았다. 유일한 자유인이었던 톰(박완규)이 떠났다 결국 돌아오는 것은 현실을 조롱하더라도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극단의 분열로 질주하던 이들을 한순간에 결집시키는 것은 감독이 튼 고교 농구 결승전 마지막 10초의 중계방송이다. 승리라는 목표 아래 모든 갈등과 증오는 우스꽝스럽게도 눈 녹듯 사라진다. 목표를 향해 마구 내달리게 만드는 사회와 피폐해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깨닫지 못한 채 질주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거울처럼 비춰냈다. 채승훈 연출, 23일까지 서울 명동예술극장, 2만∼5만 원. 1688-5966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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