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을 말한다]최재천/「바이너리코드」

  • 입력 1999년 7월 30일 18시 44분


▨「바이너리코드」노성래 지음

근래 미국에서 최고의 흥행기록을 갱신하는 영화들은 한결같이 공상과학영화들이다. ‘쥬라기 공원’과 ‘스타워즈’가 대표적인 예들이다. 이 중에서도 나는 특별히 ‘쥬라기 공원’을 좋아한다. 명문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바 있는 저자 마이클 클라이튼의 이야기가 다분히 공상적이기는 해도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에도 정말 그럴듯한 본격적인 공상과학소설이 선을 보여 소개하고자 한다. 노성래의 ‘바이너리 코드’(궁리)는 이미 사이버 공간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다. 지난 3월 중순 인터넷 웹진인 ‘딴지일보’에 전문이 발표되자마자 제대로 된 과학소설에 목말라하던 이들의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저자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과학도지만 클라이튼이 그렇듯이 숨이 막힐 정도로 박진감 있는 붓을 휘두른다. 그러나 노성래의 세계는 클라이튼의 그것에 비하면 훨씬 더 깊숙한 철학을 갖고 있다.

DNA의 화학구조가 밝혀진 지 반 세기도 채 되지 않은 오늘날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복제할 수 있는 문턱에 서 있다. 인류 역사에서 이보다 더 큰 혼란은 없었다. 인간성의 뿌리에서 존재의 이유까지 모든 것이 송두리채 흔들리는 상황이다. ‘바이너리 코드’는 바로 이 문제를 성숙한 눈으로, 그러나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이 책은 휴일 아침에 시작해야 한다. 저녁에 붙들면 밤을 꼬박 지새워야 할테니 말이다. 설령 일찍 끝낸다 하더라도 ‘인간은 과연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새벽을 맞을 것이다. 요즘 장안에 공상과학영화 ‘용가리’가 대단한 인기를 끌고 있다. 심형래 감독에게도 ‘바이너리 코드’를 권하고 싶다. 이 소설을 읽노라면 머리 속에 저절로 영화가 흐른다.

최재천(서울대교수·생물학)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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