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최재천/「신이 되고싶은 컴퓨터」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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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이한음 지음★

요즘 우리 사회에는 과학의 대중화를 부르짖는 목소리가 드높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의 하나는 전문적인 과학지식을 일반인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쓴 대중적인 과학서적을 많이 만드는 일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어쩌면 더 효과적일지도 모르는 일이 바로 흥미진진한 공상과학소설을 통해 독자들, 특히 차세대 과학자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주는 일이다.

훌륭한 공상과학소설을 쓸 수 있고 또 그것이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은 과학의 대중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우리나라에도 드디어 그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한음의 SF추리 콩트들을 모아 엮은 ‘신이 되고 싶은 컴퓨터’가 바로 그것이다. 이한음은 생물학을 전공했던 본격적인 과학도이자 신춘문예로 당당히 문단에 등단한 이른바 준비된 작가이다.

스스로 SF 추리콩트라 이름 붙인 것처럼 여러 주제의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에는 ‘혜성충돌’ ‘외계인의 습격’ ‘인공생명’ 등 흔히 얘기되는 주제들도 있지만 냉동상태에서 깨어나 보니 외계인들이 들여다보고 즐기는 동물이 되었더라는 ‘동물원’을 비롯하여 상상을 뛰어넘는 기발한 이야기들도 많이 있다. 바란다면 이제 그들 중 몇 편을가려 뽑아 본격적인 장편으로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으면 한다.

공상과학 소설의 이야기들이 실제와 상당한 거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마냥 황당무계하지만 않은 이유는 대부분 과학적인 지식에 어느 정도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오웰의 ‘1984’, 클라크의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 베르베르의 ‘개미’ 등은 모두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 그러나 충분히 있음직한 세계를 보여주었다. 이한음의 세계도 바로 그런 세계다. 아카데미서적. 220쪽. 9,800원.

최재천<서울대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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