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말한다]백영서/「문명화과정 Ⅰ.Ⅱ」

  • 입력 1999년 4월 30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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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화과정 Ⅰ.Ⅱ」노르베르트 엘리아스 지음 박미애 옮김★

두 세기의 갈림길에 들어선 요즘 문명의 전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로 1백년 전 20세기에 들어서기 전후 동아시아에서는 문명에 대한 열띤 논의가 있었고 그후 오늘날과 같은 서구문명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졌다.

따라서 문명의 전환과정에 대한 탐구를 통해 지난 세기 우리의 경험을 꿰뚫어볼 수 있다.

이제 둘째권의 간행으로 완역된 이 책은 분량과 깊이로 봐 만만찮은 읽을거리다.

그러나 ‘문명’과 ‘문화’란 개념의 형성을 알고 싶다면 제1권의 1부만 읽어도 괜찮다. 아니면 ‘침뱉고 코 푸는’ 행위와 식사예절 등 서구인의 일상적 행위 속에서 어떻게 문명화과정이 이뤄졌는지 흥미롭게 설명한 2부만을 따로 봐도 된다. 내친 김에 제2권마저 독파한다면 서양문명의 사회적 발생과정의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결합을 좀더 깊이있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문명화과정이 중세 후기부터 시작된 궁정 발달과정의 부산물이란 해석은 주목된다.

시민계급이 궁정의 유산을 모범적인 상류사회의 표본으로 삼은 프랑스에서는 ‘문명’이란 개념이, 시민계급이 이에 저항한 독일에서는 정신 중심의 ‘문화’란 개념이 각각 생긴 것도 흥미롭다.

서구 문명은 또 민족주의와 함께 국민국가의 팽창을 정당화해주는 이데올로기로도 작용했다. 동양에서도 지난 1백년간 ‘부국강병’이란 구호로 국민국가를 지향해왔다. 동서양 모두 국민국가로의 문명화과정을 밟아왔던 셈.

과연 21세기에는 국민국가를 넘어 대안적 문명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을까? 이는 보편을 지향하는 문명의 가능성을 일상생활에 구체화시킬 사회세력의 존재여부에 달렸음을 이 책은 말해주고 있다.

한길사제1권 424쪽 18,000원 제2권 451쪽 20,000원

백영서<연세대교수·동양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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