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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하버드대가 75년 추적한 행복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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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향기]하버드대가 75년 추적한 행복의 비결

동아일보입력 2013-09-28 03:00수정 2013-09-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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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명의 일생-건강상태 연구… “어린시절 사랑경험이 가장 중요” 결론
◇행복의 비밀/조지 베일런트 지음·최원석 옮김/528쪽·2만1000원/21세기북스
행복의 조건은 뭘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버드대 연구팀이 75년간 추적한 바에 따르면 결국엔 ‘사랑’이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사이의 애정이야말로 현재의 행복, 나아가 미래의 행복까지 담보해 주는 최고의 비결이었다. 21세기북스 제공
쓸쓸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변호사가 된 존 애덤스는 인생 전반기에 세 번 결혼하고 세 번 이혼했다. 결혼 기간은 총 9년이었다. 애당초 그는 사랑에 서툴거나 결혼이라는 제도와 맞지 않는 사람이었을까. 결국 홀몸노인이 되어 고독하게 생을 마쳤을까. 그렇지 않다. 애덤스는 45세 때 네 번째 아내를 만나 42년간 아주 행복한 부부로 지냈다. 애덤스가 결혼에 세 차례 실패한 것은 그가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데다 자신보다 더 불안정한 감정을 지닌 사람에게 끌렸기 때문이었다. 이를 깨달은 그는 자신을 편안하게 보살펴주는 여성을 네 번째 부인으로 맞아 상처를 치유하고 행복을 배웠다.

행복이란 참 알쏭달쏭하다.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사람도 남몰래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하고, 동창회에 나가면 꼭 학창시절에 공부 못했던 친구들의 표정이 가장 밝다. 행복은 재산순도 성적순도 아니라는데 그렇다면 행복한 인생의 비밀은 무엇일까.

이 책은 미국의 20대 젊은이 268명이 90대 노인이 되기까지(혹은 죽을 때까지) 그들의 삶과 건강을 7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1938년부터 누적 연구비 2000만 달러(약 216억 원)를 들여 진행 중인 ‘하버드 그랜트 연구’(Grant Study)다. 조사 대상자가 하버드대를 다닌 백인 남성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전 생애에 걸친 인간 발달 연구가 드물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연구의 전제는 어린이와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도 죽을 때까지 계속 성장한다는 것. 하버드대 의대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1966년부터 42년간 이 연구를 이끌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이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쳐 인생을 좌우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랜트 연구는 이를 구체적으로 뒷받침한다. 자녀를 둔 부모가 읽어보면 좋을 대목이다. 성공적 삶을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경제적 풍요나 사회적 특권이 아니라 사랑하고 사랑받았던 경험이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는 사랑받고 자란 아이보다 70세에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8배 더 높았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따뜻한 관계를 갖지 못한 사람일수록 노년기에 치매에 걸린 비율이 높았고,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않았던 사람일수록 결혼 생활이 불행했다. 아동기에 경험한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이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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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스의 사례에서 보듯 이혼을 했다고 해서 향후 부부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섣불리 재단해선 안 된다. 재혼자 27명 중 23명은 현재 결혼 생활에 행복을 느꼈고, 재혼 기간은 평균 35년에 이르렀다.

결혼 생활을 망치는 심각한 변수는 술이었다. 평생 매우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연구 대상자 49명 중 알코올 남용자는 없었고, 그 배우자 중 2명만 알코올을 남용했다. 반면 평생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한 연구 대상자 48명 중 11명이 알코올의존증자, 9명의 배우자가 알코올의존증자였다. 저자는 “결혼 생활이 불행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을 마심으로써 결혼 생활이 불행해진다”고 강조한다.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한 연구 대상자들은 부부끼리 서로 ‘의지’하며 산다는 말을 많이 했다. 서로의 모자람을 채워주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었다.

그랜트 연구의 결과를 종합하면 결국엔 ‘사랑’만이 남는다. 저자는 “행복은 사랑을 통해서만 온다. 더이상은 없다”고 강조한다. 또 노년기의 삶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험한 사랑의 총합이기 때문에 인생 후반기에는 전반기를 살면서 사랑했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인간은 평생 변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변화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정서적으로 성장하고 행복해질 수 있음을 이 연구는 보여준다.

이 책은 행복의 비밀을 쏙쏙 뽑아 쉽게 설명해주는 친절한 책은 아니다. 조사 과정 및 방법이 상세하게 나와, 심리학 연구자나 전공자가 아니라면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랜트 연구에 대한 지나친 자부심이나 부족한 연구비에 대한 아쉬움은 연구비 신청서에나 쓰는 게 나을 뻔했다. 다양한 연구 대상자의 사례를 엿볼 수 있고, 장기 종단연구인 만큼 과거의 연구 결과와 달라진 후속 연구 결과를 거리낌 없이 밝히고 수정한 점은 바람직하다. 저자가 2003년 발표한 ‘행복의 조건’을 새롭게 업데이트 했다. 원제는 ‘Triumphs of Experience: The Man of the Harvard Grant Study’(2012)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행복의 비밀#행복#연구 결과#하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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