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대중문화 동반시대/만화-게임산업]만화

  • 입력 1999년 1월 21일 19시 49분


《 일본 게임소프트웨어 ‘파이널 판타지7’의 미국과 유럽 수출액은 약 2천억원. 만화 ‘드래곤 볼’의 해외판매부수는 약 5천만부. 물론 완료형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진행형’이다. 게임과 더이상 만화는 오락실이나 만화방에서 코흘리개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수단이 아니라 21세기 문화산업의 패권을 가늠하는 잣대다. 일본 경쟁력의 비밀을 해부하는 한편 ‘신(新)노다지’를 향해 뛰는 우리의 산업전사를 찾아간다.》

[ 만화 ]

▼30대 겨냥 잡지 ‘모닝’쿠토미 타모츄 편집장▼

세계 제1의 만화 대국인 일본. 만화책이 ‘밀리언(백만)셀러’를 넘어 ‘트릴리언(천만)셀러’를 기록하는가 하면 만화전문서점, 만화카페가 도심에 즐비하다.

일본의 만화는 잡지사가 만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말 도쿄에서 만난 만화주간지 ‘모닝’의 편집장 쿠토미 타모츄(工富 保)는 “연재만화의 절반이상은 출판사에서 먼저 기획해 작가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탄생된다”고 말했다.

30대 독자를 겨냥한 주간 ‘모닝’은 일본의 3대 만화 출판사가운데 하나인 고단샤(講談社)에서 발행된다. 고단샤는 이밖에도 유년지인 ‘코믹 봉봉’, 소년지인 ‘소년 매거진’등 연령대를 세분화한 만화잡지 8종을 펴내고 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만화천국이지만 일본에서도 95년을 기점으로 만화시장 전체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닝’은 왕년의 인기작을 리바이벌하는 방식을 채택, 지난해말부터 인기만화 ‘침묵의 함대’ ‘나츠코의 술’ ‘과장 시마코우사쿠’의 후속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만화문화가 피크를 넘어섰다”는 것이 쿠토미 편집장의 불안섞인 진단이다. 예전에 소설독자가 만화로 옮겨온 것처럼 ‘만화소년’이 ‘게임소년’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이전에는 출판만화에서 시작해 애니메이션―캐릭터 상품―게임으로 나아갔는데 요즘은 이 흐름이 깨졌어요. 그 대표적인 사례가 ‘포켓몬’입니다.”

‘포켓몬’은 97년 게임에서 시작, 잡지에서 만화화된뒤 TV,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 관련상품의 매상은 연간 4천억엔에 달한다.

쿠토미 편집장은 “미디어가 상품을 뒤쫓는 새로운 경향이 앞으로도 계속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격주간 ‘부킹’발행 학산문화사 황경태사장 ▼

오랫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만화. 그러나 요즘은 달라졌다. 폭력과 음란을 규제하는 청소년보호법과 IMF 영향으로 시장은 위축됐지만 소재가 다양해졌고 이야기와 그림체도 일본만화 못지않게 탄탄해졌다. 한국만화를 선호하는 독자들도 느는 추세.

지난해말 창간, 돌풍을 몰고 온 격주간 만화잡지 ‘부킹’을 만드는 황경태 학산문화사 사장은 “연재만화 인기순위를 조사해보면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한다.

독자 설문조사 결과 ‘슬램덩크’로 유명한 일본 다케히코 이노우에의 ‘배가본드’보다 ‘비트’를 낳은 허영만·박하 콤비의 ‘짜장면’, 무협만화 부흥을 이끈 문정후의 ‘용비불패’가 1, 2위를 다투고 있다.

“요즘 인기만화의 80% 정도는 전부 한국만화예요. 2년전쯤부터 일본 만화는 침체기에 빠졌지만 한국 만화는 상승세를 타고 있습니다. 요즘 일본의 엘리트들은 게임으로 몰리고 한국은 만화로 몰린다고 해요. 이 추세라면 희망이 있습니다.”

그는 일본 만화 개방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영향은 전혀 없다. 오히려 해적판이 없어지는 긍정적인 계기”라고 했다.

“한국만화든 일본만화든 ‘수퍼 작품’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에서 붐을 일으킨 만화는 ‘슬램 덩크’ ‘드래곤 볼’같은 일본만화였지만 그 뒤로 10만부 이상씩 작품을 파는 ‘수퍼 신인작가’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더 중요해요. 지금 이 신인작가들 가운데 일본만화에 대해 공포감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부킹’은 황사장이 11번째 창간하는 잡지. 황사장은 ‘아이큐 점프’ ‘챔프’편집장을 지냈으며 ‘슬램덩크’ ‘드래곤볼’을 한국에 들여온 인물이다. 그는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만화 붐은 잡지가 만드는 것”이라며 잡지의 활성화, 신인작가 발굴의 중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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