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문제있을땐 과감한 변화 필요

  • 입력 1998년 12월 2일 19시 27분


두 사람이 행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한 사람이 먼저 “만약 복권에 당첨돼 한꺼번에 큰 돈을 쥘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말했다. 그러자 다른 한 사람이 대답했다. “물론 그것도 좋겠지. 하지만 난 싫어. 정말 나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더 이상 내 인생에 대해 불평할 수 없을 테니까.”

부부문제에도 그와 똑같은 상황이 일어난다. 일중독에 빠져 아내와 집안일을 돌보지 않는 남자가 있었다. 덕분에 아내는 오래 우울증에 시달려야 했고 마침내 병원을 찾기에 이르렀다. 의사의 권유로 치료에 동참하게 된 남편은 곧 자신의 문제를 깨달았고 해결하고 싶어했다. 그는 곧 일을 줄이고 가능한한 아내와 많은 시간을 갖기 위해 애썼다. 아내가 바라는 대로 애정표현에도 적극적이었다. 그는 당연히 아내가 몹시 기뻐하며 병에서 빠져나오리라 믿었다.

하지만 아내는 기대를 저버렸다. 그녀는 그동안 매일 남편을 향한 불평거리를 찾아내며 시간을 보냈고 그 생활에 너무도 익숙해 있었다. 그런데 이제부터 더 이상 불평할 거리들을 잡아낼 수 없다고 생각하자 남편의 변한 모습이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문제를 그대로 떠안고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다. 그들에게는 갈등과 반목마저 하나의 고착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덕분에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생각은 하지만 실제로 기회가 주어지면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변화를 전제로 앞으로 한 걸음 내딛기 전에는 진정한 문제 해결은 있을 수 없다. 인생의 모든 문제가 다 그러한 것처럼.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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