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탐구]「친밀감 표현」개인차 인정 대화로 좁혀야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2분


부부 사이에 친밀감을 느끼고 이를 표현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갈등을 겪는 커플이 많다. 문제는 서로가 생각하고 원하는 친밀감이 다를 때 생긴다. 한쪽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완전히 밀착되는 관계를 바라는데 상대는 사생활을 고집하는 경우 갈등이 생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부부 사이의 친밀감은 성격 성장과정 부모의 태도 등에 크게 영향받는다. 예를 들어 부모가 어떤 형태로든 친밀감을 표현하는 분위기에서 자란 사람은 서로 살을 맞대고 말로 표현하는 것을 친밀감이라고 생각한다. 무뚝뚝한 부모밑에서 자란 사람은 그저 한 집에서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길 수 있다.

친밀감은 부부가 처한 외적 상황에 따라 영향을 받기도 한다. 흔한 경우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많은 남편들이 아내가 아기를 돌보느라 바쁜 건 이해하지만 소외감이 드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는다. 반대로 남편이 바깥일로 바쁜 경우 아내는 충족되지 못한 친밀감을 아이에게서 얻으려다가 ‘아이중독증’이 되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실직하거나 정년퇴직한 남자들이 일과 친구에게서 구했던 친밀감을 아내에게 원할 때도 문제는 생긴다. 아내는 “이제와서…”하는 생각에 원망이 앞서고 남편은 “그것도 이해 못하다니” 하는 마음에 갈등은 커진다.

부부 사이에는 서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친밀감 문제 역시 대화를 통해 서로가 바라고 또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을 정하면 어떨까. 이 때 중요한 것은 서로의 사생활과 서로가 원하는 ‘거리’를 인정할 마음이 돼있느냐 하는 것이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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