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배중 기자의 핫코너]추락하는 롯데 마운드에 날개는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27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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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자책점 6.12.

시즌 개막 이후 약 2달 동안 선보여온 롯데 마운드의 성적표다. KBO리그에서 6점대 방어율은 27일 현재 롯데가 유일하다. 팀 평균자책점 9위 KIA(5.34)와 0.78점 차이다. 8위 KT(5.08)부터 1점 이상 격차가 생긴다. 1위 두산(3.08)과는 무려 3점 이상 차이. 평균적으로 롯데 마운드가 KIA를 제외한 팀 투수들에 비해 1점 이상을 더 주는 경기를 치른다는 의미다.
2019시즌 KBO리그 팀 평균자책점.
2019시즌 KBO리그 팀 평균자책점.

자멸의 지표로 볼 수 있을 볼넷(252개), 폭투(48개·이상 1위)도 다른 팀들보다 많다. 롯데를 상대하는 팀 입장에서 롯데의 팀 타선이 다소 부담스러울지라도 스스로 ‘한 수 접어주는’ 마운드가 있기에 여간 고맙지 않을 수 없다.

선발(5.82·10위), 구원(6.47·10위) 모두 ‘하향 평준화’가 돼 있어 경기 중 반등할 구석도 보이지 않는다. 지난해 11년 만에 가을야구를 경험한 한화는 선발이 아쉬웠지만 불펜이 리그 전체 1위로 강해 경기 후반 판을 뒤집는 경기도 꽤 많았다. 하지만 올 시즌 롯데의 경우 그나마 더 아쉬운 불펜이 경기를 뒤집혀주기 일쑤다. 대량실점으로 스크래치가 생긴 영건들은 2군행 통보를 받은 뒤 다시 돌아와 불을 지피고 2군으로 향하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마운드에 구심점이 없다. 지난해 28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 손승락(37)은 올 시즌 세이브(4)에 필적하는 블론세이브(3)를 기록하며 마무리 보직을 최근 구승민(29)에게 내줬다. 선발에서 중심 역할을 해줬던 노경은(35)은 비 시즌 중 자유계약선수(FA) 협상 과정에서 이견을 보여 팀을 떠났다.

흔들리는 마운드에 안방마님이 힘을 실어줄 만도 하지만 포수마저 세대교체 중인 롯데에 투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해줄 여력이 없다. 지난시즌 전 강민호(34·삼성)의 이적 이후 나종덕(21), 안중열(24) 등 영건들이 갑자기 실전에 투입됐지만 성장이 더디다. 올해도 마찬가지. NC에서는 양의지(32)가 김영규(19)에 “점수 주자. 이따 형이 홈런 쳐줄게”라는, 두산에서는 박세혁(29)이 이영하(22)에게 “형이 다 잡을게, 패대기쳐도 좋으니 자신 있게 네 공을 던져”라는 훈훈한 메시지로 흔들리는 투수들을 다잡으며 성장을 돕지만, 어린 롯데 포수들은 아직 제 앞가림하기 버겁다.
롯데 포수 중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37)에 출전한 나종덕.
롯데 포수 중 올 시즌 가장 많은 경기(37)에 출전한 나종덕.

마운드가 통째로 휘청거린다면 ‘안방’에서 활로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공은 마운드에서 투수가 던지지만 타석에 선 타자들의 컨디션을 살펴가며 투수에게 어떤 공을 던지자는 사인을 보내고 야수들을 조율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포수가 하기 때문. 포수를 일컬어 ‘야전사령관’이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예가 있다. 지난해 주전 포수 김태군(30)의 입대 공백을 못 메우며 마운드가 붕괴(평균자책점 5.50·10위)하고 창단 첫 꼴찌의 고배를 마신 NC는 올 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특급포수 양의지를 영입한데 이어 외국인타자로 포수가 주 포지션인 베탄코트(28)까지 영입해 안방 우려를 말끔히 지웠다.

간판타자 나성범(31)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위기 속에서도 안정을 찾은 마운드에 힘입어 전문가의 예상을 비웃고 3위를 달리고 있다. NC의 미래 안방마님으로 평가받는 김형준(20·포수)은 덕아웃에서 선배들의 플레이를 관찰하며 교과서삼아 성장할 여유를 갖고 있다.
양상문 롯데 감독.
양상문 롯데 감독.

정작 양상문 롯데 감독은 “투수진이 포수의 성장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치고 있다. 포수가 실전에서 투수의 공을 많이 받다 보면 깨달음의 순간이 생길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하지만 믿었던 투수진이 무너지고 포수가 이를 바로잡아주지 못하며 배터리 사이의 안 좋은 기억만 누적되고 있다. 한 야구인은 “포수든 투수든 노련한 투수나 타자 덕도 보고 자신감이 누적돼야 모두의 기대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도 저도 못 되는 롯데 마운드를 두고 최근 ‘약체’의 대명사로 꼽히는 “‘삼미 슈퍼스타즈’같다”는 평가도 따르고 있다. 최근 롯데가 꼴찌로 주저앉은 데다 마운드의 성적이 삼미의 프로야구 원년(1982년) 팀 평균자책점(6.14)을 오가 더 그런 말이 나온다. 추락하는 롯데 마운드에 중심을 잡아줄 ‘치트키’(비장의 무기)가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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