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달고 태어난다” TV 켜면 중계방송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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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 강국을 가다]<4> 크로스컨트리 최강 노르웨이

노르웨이의 겨울에는 스키를 타고 관람하는 게 일상이다. 지난해 12월 초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많은 시민이 경기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바퀴 대신 스키가
달린 유모썰매를 끌고 타고 가는 부자(父子)도 목격됐다.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노르웨이의 겨울에는 스키를 타고 관람하는 게 일상이다. 지난해 12월 초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크로스컨트리 월드컵에서 많은 시민이 경기를 구경하고 있는 모습(왼쪽 사진). 바퀴 대신 스키가 달린 유모썰매를 끌고 타고 가는 부자(父子)도 목격됐다.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우리는 스키를 발에 달고 태어난다.”

만나는 노르웨이 사람마다 이 같은 이야기를 했다. 겨울스포츠 왕국으로서 자부심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역대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따낸 건 미국도 캐나다도 아닌 노르웨이다. 인구 약 530만 명의 노르웨이는 그동안 겨울올림픽에서 금 118개, 은 111개, 동 100개 등 총 329개의 메달을 땄다. 스포츠 데이터 분석업체 ‘그레이스노트’는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때 노르웨이가 독일과 종합 1위 자리를 두고 박빙의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했다.

1924년 프랑스 샤모니에서 열린 첫 겨울올림픽 때부터 종합 1위를 차지하며 이어진 노르웨이의 강세는 일상화된 생활체육의 힘 덕분이다. 노르웨이 스키협회에 소속된 클럽이 1150여 개에, 회원이 18만5000여 명 수준이다. 그중에서도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그들에게 최고의 즐길거리다. 이런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저변은 올림픽 성적으로 그대로 이어진다. 노르웨이는 역대 겨울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에서만 107개의 메달(금 40, 은 38, 동메달 29개)을 획득했다. 통산 메달의 3분의 1에 가깝다.

지난해 12월 노르웨이 릴레함메르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 현장에서 만난 팬들은 발목 높이로 쌓인 눈밭에서도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리를 깔고 앉아 맥주, 바비큐와 함께 크로스컨트리 경기를 즐겼다. 바퀴 대신 스키 날을 단 유모차도 눈길을 끌었다.

150크로네(약 2만 원)의 적지 않은 입장료에 오전 8시경 시작된 이른 대회 일정에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구름 관중이 몰렸다. 노르웨이인 아버지를 둔 한국 크로스컨트리 대표 김마그너스는 “TV 1번 채널에서도 크로스컨트리 경기 중계를 한다. 크로스컨트리 선수의 인기가 축구 선수보다 높다”며 노르웨이의 스키 열기를 전했다.

유소년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노르웨이 크로스컨트리 대표팀의 비다르 로프스후스 스포츠 디렉터는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이킹 시대 때부터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왔다. 크로스컨트리의 명성을 계승해야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4세 때부터 운동을 시작하는 이들도 많다. 유소년 클럽만 250개 정도”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유소년 크로스컨트리 스키 대회 텔레노르 카루셀렌도 매년 노르웨이에서 열린다.

교육 철학도 인상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2014년 소치 올림픽 기간 노르웨이가 겨울올림픽에서 강한 이유를 분석하면서 “노르웨이에서는 6세 이전에 공식 대회에 출전할 수 없고, 11세 이전에는 모든 대회 참가 선수가 같은 상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순위 경쟁에 함몰되지 않고 스포츠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야기다. 역대 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를 딴 ‘크로스컨트리 여제’ 마리트 비에르옌도 어려서 핸드볼 등을 병행하다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나선 케이스다. 스스로 “어려서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메달을 딸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올림픽 유산도 큰 힘이다. 1994년 릴레함메르 올림픽 때 쓰였던 스키점프대, 크로스컨트리 경기장 등은 고스란히 국제대회 경기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6년에는 릴레함메르에서 겨울 유스올림픽이 열리기도 했다. 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으로 쓰였던 호콘스홀은 일반인을 위한 핸드볼, 배구 코트 등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헬스클럽, 암벽등반 시설 등도 마련됐다. 한스 린달 릴레함메르 올림픽시설공단 최고경영자(CEO)는 “올림픽 이후 대학, 기업들이 오면서 릴레함메르는 하나의 스포츠 클러스터를 이뤘다. 17일간 열리는 평창 올림픽의 효과는 17년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릴레함메르=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2018 평창올림픽#크로스컨트리 최강 노르웨이#노르웨이 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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