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웅 감독 “업템포 2.0으로 봄배구 나갈 겁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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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장국밥]프로배구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숙소 겸 연습장인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순댓국밥을 한술 뜨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선수들이 말아먹을까(실수할까) 봐 도전을 두려워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저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제공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이 숙소 겸 연습장인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순댓국밥을 한술 뜨고 있다. 최 감독은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선수들이 말아먹을까(실수할까) 봐 도전을 두려워했다. 이제는 선수들이 저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 제공
 지난 시즌을 통째로 말아먹었다고 하면 사실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다 된 밥에 재를 뿌린 건 틀림없다. 프로배구 남자부 현대캐피탈은 지난 시즌 막판 역대 최다인 18연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챔프전)에서 OK저축은행에 덜미가 잡혔다. 지난달 열린 2016 청주·KOVO컵 대회 때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현대캐피탈이 숙소 겸 연습장으로 쓰는 충남 천안시 ‘캐슬 오브 스카이워커스’에서 최태웅 감독(40)과 함께 국밥을 먹으면서 올 시즌 V리그를 어떻게 꾸려갈지 들어봤다.

 ―지난 시즌 ‘업템포 1.0’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소위 ‘스피드 배구’를 연착륙시킬 수 있던 데는 외국인 선수 오레올(30·쿠바) 덕이 컸다. 올해 합류한 톤(32·캐나다)과 함께 ‘업템포 2.0’을 완성할 수 있나.

 “톤이 예전 외국인 선수들처럼 큰 공격을 책임지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수비만 따지면 리그 톱3에 들어간다고 평가한다. 그 점에서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톤이 제일 처음 배운 한국말이 ‘같이’다. 톤도 토종 선수라고 생각하고 팀플레이로 풀어가겠다.”

 ―문성민(30)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갈 것이라는 말처럼 들린다. 문성민은 지난 시즌 데뷔 후 처음으로 공격 성공률(48.9%)에서 50%를 넘지 못했다. 컵 대회 때도 송준호(25)가 낫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지난 시즌에도 하던 대로 했다면 문성민은 예전처럼 할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 문성민도 이제 서른이 넘었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세계적으로 스피드 배구가 유행하면서 예전에는 빠르다고 했던 공격이 이제는 평범한 수준이 됐다. 이제 빠르다는 평가를 받으려면 진짜 빨리 움직여야 한다. 문성민에게 주문한 게 바로 그거다. 오프 시즌 동안 문성민과 함께 스텝부터 더 빠르게 바꾸는 연습을 했다. 컵 대회까지는 새 폼에 익숙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15일 OK저축은행을 꺾은) 개막전 때 보듯 이제 많이 좋아졌다. 시즌 초반에는 문성민의 공격 점유율을 25∼30%로 유지할 계획이다.”

 ―국가대표 센터 출신 신영석(30)을 날개 공격수로 기용하는 등 ‘멀티 포지션’을 강조하는 건 세계적 흐름과 어긋나는 것 아닌가. 스피드 배구는 체력 소모가 커서 철저한 분업을 앞세우지 않나.


 “센터가 오른쪽 공격수로 변신하는 게 흐름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몬(29·전 OK저축은행)이나 드미트리 무세르스키(28·러시아) 같은 세계적인 센터도 오른쪽에서 뛴다. 오레올이 빠지면서 사이드 블로킹이 낮아졌다. 신영석이나 최민호(28)를 날개 쪽에서 시험해 본 건 블로킹 높이를 만회하려는 이유였다. 일단 두 선수 모두 제자리(센터)를 지키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소득이 전혀 없던 건 아니다. 무엇보다 신영석이 수비에 소질이 있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전술 변화를 줄 수 있게 됐다.”

 ―선수 엔트리에 센터(5명)는 너무 많고 날개 공격수(5명)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공격에서는 송준호가 날개 세 자리를 돌아가면서 충분히 자기 몫을 다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리시브 성공률도 50%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리시브는 아무리 강조해도 성공률을 5%포인트 이상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만 괜히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24일 열리는) 올 신인선수 드래프트 때도 포지션에 관계없이 배구 센스가 있는 선수부터 선발할 계획이다.”

 ―현대캐피탈 팬들이 올해는 챔프전 우승을 바랄 텐데….

 “지난 시즌에는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변화를 잘 따라왔다. 올 시즌에도 많이 시도하고 많이 말아먹겠다(웃음). 그렇게 해야 진짜 우리 색깔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올 시즌 목표는 일단 어떻게든 ‘봄 배구’에 진출하는 것이다.”

 개막전에서 정규리그 최다 연승 기록을 19연승으로 늘린 현대캐피탈은 21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삼성화재와 시즌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올 시즌부터 두 팀은 맞대결을 벌일 때마다 ‘V클래식 매치’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동 마케팅을 진행하기로 했다.
 
천안=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현대캐피탈#최태웅 감독#프로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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