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 너를 믿는다]9초대를 잊지마라, 불가능은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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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0m 김국영과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100m 한국기록을 5년 만에 10초 16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김국영(광주시청). 아래 사진은 당시 100m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에게 김국영(오른쪽)이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자신이 세운 100m 한국기록을 5년 만에 10초 16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김국영(광주시청). 아래 사진은 당시 100m 결승선에서 기다리고 있던 심재용 광주시청 감독에게 김국영(오른쪽)이 달려가 기쁨을 나누는 모습. 동아일보DB
“한국기록을 깬다는 예감이 들었어요. 연습 때 200m를 20초대에 끊더라고요. 스타트는 원래 좋았는데 후반 레이스도 좋아져 예감을 했죠. 선수한테는 많이 좋아졌다고만 했어요. 기록을 생각하면 몸이 굳어져서 안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리듬에 맞춰서 달려야 해요. 뒷바람도 중요하고요. 한국기록 그냥 나오는 거 아니에요. 필요한 노력이 어마어마해요.”

지난해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 100m 한국 신기록을 세운 김국영(25·광주광역시청)이 결승선을 통과하고 가장 먼저 안긴 사람은 광주시청 심재용 감독(57)이었다. 2010년 10초23의 기록을 세우고 다시 10초16까지 0.07초를 줄이는 데 5년의 세월을 견뎌야 했던 그는 선수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된 지도자로 주저 없이 심 감독을 꼽았다.

김국영이 심 감독을 만난 건 2015년. 태어나서 줄곧 안양에서만 살았던 김국영은 제 발로 광주를 찾았다. 광주시청보다 연봉을 더 주겠다는 다른 실업팀들의 제의를 뿌리친 것은 순전히 심 감독 때문이었다. 심 감독은 선수들을 ‘애기’라고 부르며 친자식처럼 챙기기로 유명하다. 멀리뛰기 한국기록 보유자인 김덕현도 9년간 광주시청 소속으로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세 번의 올림픽을 모두 심 감독과 함께하고 있다. “내가 섬에서 막둥이로 태어나 어려서 부모님 여의고 정을 못 받고 자랐어요. 우리 애기들은 내 아들보다 더 귀하게 키웠죠.” 이제 김국영은 광주 사투리도 제법 입에 익었다.

심 감독은 김국영에게 주 종목인 100m 훈련뿐 아니라 200m, 400m 훈련도 함께 시켰다. “국영이가 첫 한국기록을 세우고 슬럼프가 왔어요. 대회 때 보면 늘 마지막 20m를 못 넘겨서 1등을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레이스 후반을 보강하려고 200m와 400m 훈련을 많이 시켰는데 연습 때마다 토했어요.” 심 감독은 구역질을 하는 제자의 등을 두드리며 “이런 과정을 견뎌야 새 기록을 만들 수 있다”고 다독였다.

불모지라 불릴 정도의 한국 육상. 어쩌면 올림픽 도전 자체가 무모한 도전일지 모른다. 하지만 심 감독은 고개를 저었다. “국영이가 욕심이 많아요. 절대 이걸로 만족하지 않아요. 성격도 밝고요.” 심 감독의 말처럼 김국영의 생각은 늘 ‘안 된다’가 아닌 ‘된다’에 맞춰져 있다. 그가 10초 남짓한 100m 뜀박질을 위해 온 인생을 바치는 데 복잡한 계산은 필요 없었다. “가장 자신 있는 게 달리기였다”는 그는 자신의 도전이 “용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100m에 푹 빠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심 감독은 김국영에게 “늘 9초대를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체격 조건이 좋은 외국 선수들도 너랑 똑같이 밥 먹고 잠자는 사람이라고, 그러니까 기죽지 말라고 말해요. 지금까지 동양인 100m 최고 기록이 중국 선수가 세운 9초99예요. 세계선수권 결승까지 올라갔고, 키가 국영이만 해요. 불가능하지 않다는 거죠. 저도 국영이가 9초대에 뛸 수 있도록 더 도와야죠.”

지난해 기록 경신과 함께 올림픽 100m 자력진출에 성공한 김국영은 7월까지 200m 올림픽 기준기록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심 감독이 말렸다. “국영이는 이번이 첫 올림픽이잖아요. 차근차근 도전하려고 해요. 이번에는 10초1대 기록으로 100m 2라운드에 올라가는 게 목표고요. 올림픽에 맞춰 최상의 몸을 만들려고 올 시즌에는 스피드 훈련을 5월에야 시작했어요. 당장 200m 기준 기록을 위해 스피드를 올리기는 어려워 보였어요. 계속 200m를 뛰면 체력 소모도 심하고 부상 위험도 있거든요. 올림픽 다녀와서 다른 대회에서 해보자고 했어요.”

심 감독이 강조하는 건 역시 ‘기본기’다. “발을 감아서 뒤로 차는 드라이브가 가장 중요해요. 국영이는 기초가 잘돼 있어요. 다만 긴장 속에 최적의 리듬을 얼마나 맞추는가가 중요하죠. 한국 신기록 세울 때도 리듬이 참 좋았어요. 스타트만 보면 90%는 감을 잡죠. (신기록이) 나올지, 안 나올지. 국영이도 스스로 완벽하게 자신감을 얻었을 때 신기록이 나왔어요.”

0.01초를 다투는 단거리 달리기는 선수의 당일 컨디션뿐 아니라 바람과 날씨, 운도 성적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심 감독이 매년 초 광주 월드컵경기장(광주시청 훈련지)에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내는 이유다. “대회 때 비 오지 말라고요. 작년 유니버시아드 때도 비가 엄청 왔는데 우리 애기(김국영) 경기 할 땐 비가 안 왔어요. 올해는 두 번 지낼랍니다. 올림픽 나가는 (김)국영이랑 (김)덕현이 사진 놓고. 열 번이라도 지내야죠.”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김국영#심재용 광주시청 감독#100m 한국 신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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