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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행복 생활체육]미니야구 테이블축구… “작은 운동회 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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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행복 생활체육]미니야구 테이블축구… “작은 운동회 짱이에요”

이승건기자 입력 2016-05-12 03:00수정 2016-05-2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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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찾아가는 체육관-스포츠버스
광주 본량초등학교 학생들이 10일 교내 체육관에서 야구 체험을 하고 있다. 공은 미니 피칭머신이 올려 준다. ‘움직이는 체육관-스포츠버스’는 버스와 기구를 이용한 야구, 축구, 농구, 뉴스포츠 등의 체험 활동과 ‘작은 운동회’로 이뤄진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둥둥 북소리에/만국기가 오르면/온 마을엔 인화(人花)가 핀다/백군 이겨라/청군 이겨라/연신 터지는/출발 신호에/땅이 흔들린다/차일 친 골목엔/자잘한 웃음이 퍼지고/아이들은 쏟아지는 과일에/떡 타령도 잊었다/…(중략)…/청군 이겨라/백군 이겨라/온갖 산들이/모두 다 고개를 늘이면/바람은 어느새 골목으로 왔다가/오색(五色) 테이프를 몰고 갔다”(이성교 ‘가을 운동회’)

○ 리모컨 게임부터 추억의 공굴리기까지

스포츠버스에 오르는 학생들. 안에는 콘솔 게임기와 인바디(체성분 분석기) 등이 설치돼 있다.
전날부터 내린 비는 아침에도 그치지 않았다. 10일 광주 광산구 남산동 본량초등학교. 행정구역상 광역시에 포함돼 있지만 도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어 ‘농어촌 소규모 학교’로 분류되는 곳이다. 주변은 대부분 논밭이고, 학교 앞을 지나는 2개 버스 노선의 운행 간격은 한 시간 안팎이라 절반이 넘는 학생이 스쿨버스를 이용한다.

이날 이른 시간부터 이 학교 ‘용진관’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건물 입구에는 전날 도착한 대형 ‘스포츠버스’가 서 있었다. 버스에 큼지막하게 적힌 ‘찾아가는 우리 동네 운동회’가 사람들의 눈길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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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각 오전 9시. 건물 2층에 있는 체육관에 아이와 학부모들이 모두 모였다. 사회자가 신나는 율동을 유도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린 뒤 오혜경 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비가 오지만 특별한 운동회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모두 즐겁고 행복한 날이 되기 바랍니다. 참, 너무 뛰어놀다 다치면 안돼요.”

병설 유치원 원생부터 6학년까지 전교생 84명은 학년에 따라 다른 색깔의 티셔츠를 걸쳤다. 이날 입기 위해 마련한 옷이었다. 학생들은 먼저 학년별로 스포츠버스, 야구, 축구, 농구, 스포츠스태킹, 한궁(전통놀이 투호와 다트의 장점을 결합한 종목), 보드게임 등 7개 종목을 돌아가며 체험했다. 유치원을 포함해 한 학년이 평균 12명이니 순서는 금세 돌아왔다.

스포츠버스에는 리모컨을 쥔 채 움직이면 모니터 속 캐릭터가 동작을 따라하는 게임이 준비돼 있었다. 탁구, 수영, 스키, 육상…. 버튼만 누르면 마음대로 고를 수 있는 종목을 놓고 친구와 승부를 겨루는 재미에 아이들이 푹 빠졌다. 버스 안에 있는 인바디 측정기로 키와 몸무게를 재며 “내가 더 크다”고 자랑도 했다. 이 버스는 2014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기증한 2대 가운데 하나다. 운전석만 남겨놓고 모든 좌석을 들어낸 뒤 스포츠게임 전용 공간으로 꾸몄다.

아이들은 건물 입구의 스포츠버스와 2층 체육관을 오가며 체험을 했다. 체육관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가운데는 이 학교 주변에서 접하기 힘든 미니 야구(자동 타격기계)와 테이블 축구가 큰 인기를 끌었다. 진짜 야구, 축구는 아니어도 동작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렸다. 같은 시간 학부모들은 1층에 마련된 ‘특별실’에 모여 커피와 먹을거리를 앞에 놓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작은 운동회’의 마지막 종목인 이어달리기에서 체육관을 역주하고 있는 청·백군 주자들.
1시간 20분가량 이어진 체험 프로그램이 끝나고 본격적인 ‘작은 운동회’가 막이 올랐다. 럭비공을 야구 배트로 몰고 반환점을 돌아오는 ‘고구마 릴레이’, 학부모 2명이 바닥에서 굴리는 롤러를 빨리 뛰어넘는 팀이 이기는 ‘통 넘기’, 두 명이 손을 잡은 채 큰 공을 굴려 반환점을 돌아오는 ‘공굴리기’, 발에 걸친 고무신을 표적지에 던져 점수로 승부를 가르는 ‘고무신 양궁’, 학생 2명과 학부모 6명이 짝을 지어 협동심을 겨루는 ‘2인 3각-6인 9각 게임’, 그리고 대부분의 운동회에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릴레이까지…. 아이들은 청군과 백군으로 나뉘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만국기가 펄럭이고 오색 테이프가 만발한 체육관은 오전 내내 아이들의 함성과 움직임으로 들썩거렸다. 풍경은 조금 달라졌어도 시인이 노래했던 1970년대 운동회의 흥겨움은 2016년에도 그대로였다.

○ 올해 40곳… ‘가정의 달’ 5월에만 11곳

대한체육회가 2014년부터 시작한 ‘움직이는 체육관-스포츠버스’ 사업은 도서 산간벽지나 농어촌 지역의 100명 이하 소규모 학교 및 분교를 주요 대상으로 스포츠 향유 기회를 고루 제공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소속 시도체육회를 통해 신청을 한 기관 가운데 올해는 40곳이 선정됐다. 초등학교가 대부분이지만 경로당과 고려인마을 종합지원센터도 포함돼 있다.

이 사업은 대한체육회가 지정한 이벤트 전문 업체가 현장을 담당하고 있다.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한 번에 10∼15명의 인력이 투입된다. 올해 운영을 맡은 다가온커뮤니케이션의 한창호 과장은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해 의료팀을 현장에 배치하고 시설보험에 가입하는 것도 필수”라고 말했다.

운동회를 비롯해 각종 행사의 성공은 진행이 좌우한다. 이날 사회를 맡은 조정희 씨는 레크리에이션 1급 자격증을 가진 프리랜서로 아이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조 씨는 “대도시에서 많은 사람을 모아 놓은 행사는 많이 했어도 소규모 학교 운동회는 올해가 처음이다. 아이들이 많지 않다 보니 금세 친해지게 되더라. ‘다음에 또 오세요’라는 말을 들으면 큰 보람을 느낀다”며 웃었다.

본량초는 올해 12번째로 ‘움직이는 체육관-스포츠버스’ 행사가 열린 학교다. 올해 예정된 40곳 가운데 ‘가정의 달’인 이달에만 11곳이 집중돼 있다. 이번 주에는 이곳을 시작으로 충남 천안 태안, 대전 유성까지 나흘 연속 일정이 이어진다. 애초 본량초의 운동회는 천연 잔디가 깔려 있는 야외 운동장에서 할 예정이었지만 비 때문에 체육관으로 장소가 바뀌었다. 이 업체 엄석용 실장은 “운동장에서 열렸다면 지역 주민들을 위한 종목까지 포함해 훨씬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의 릴레이를 마지막으로 ‘작은 운동회’는 막을 내렸다. 한바탕 잔치를 마친 뒤 아이들은 급식실, 어른들은 특별실에 모여 점심을 먹으며 못다 나눈 대화를 이어갔다. 6학년 김시언 양은 “지금까지 운동회 가운데 오늘이 가장 즐거웠다. 테이블 축구와 피구가 특히 좋았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박승호 교사와 세 아들이 이 학교 1, 3, 6학년에 다니고 있는 채경환 씨는 “장소가 좁아서 아쉽긴 했지만 진행이 빠르고 매끄러워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스포츠버스와 미니 야구 등 체험은 새로운 경험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체육회는 사회 취약계층의 스포츠 참여 기회를 늘리기 위한 ‘행복 나눔 종목별 생활체육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한 부모 가정, 다문화 가정, 장애인 가정 등의 아동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9개 종목으로 시작된 이 교실은 올해 360곳의 지역아동센터에서 23개 종목에 걸쳐 연 10∼20회의 강습회를 실시할 계획이다. 체육회 홈페이지(www.sports.or.kr)에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광주=이승건 기자 why@donga.com

 
공동기획 : 동아일보 대한체육회


#스포츠버스#찾아가는 우리 동네 운동회#대한체육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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