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기자의 와인드업]가을야구 하려면 ‘3점차 승부’ 줄여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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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경기’ 팬들은 즐겁지만… “뒤집자” 총력전 펼치다 피로 누적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 악영향… 2015년 하위 한화-롯데 ‘3점차’ 81회
상위 두산-삼성보다 8, 9경기 많아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한화의 스프링캠프 마지막 미팅 주제는 ‘실패의 원인’이었다. 지난 시즌 6위로 가을야구 문턱을 넘지 못했던 아픔을 올해도 겪지 않으려면 이유를 알아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미팅에서 주로 다뤄진 내용 중 하나는 ‘3점 차 이내 승부를 줄이자’는 것이었다. 의외였다. 치열한 접전 끝 승리는 지난 시즌 ‘마리한화’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일등공신이었다. 실제로 한화는 지난 시즌 3점 차 이내 승부에서 42승 39패로 재미를 봤다.

그럼에도 한화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건 3점 차 이내의 치열한 승부를 자주하면서 누적된 피로가 기나긴 페넌트레이스에 악영향을 줬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지난 시즌부터 경기 수는 126경기에서 144경기로 늘어났다. 한화는 지난 시즌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인 전반기에는 44승 40패를 거둔 반면 올스타전 이후 후반기에는 24승 36패로 부진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각 팀의 정규순위와 3점 차 이내 경기 수는 반비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6위 한화와 8위 롯데의 3점 차 이내 경기는 81경기로 가장 많았던 반면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과 정규시즌 우승팀 삼성의 3점 차 이내 경기 수는 각각 73경기와 72경기였다. 3점 차 이내 경기를 가장 적게 한 팀은 최하위 kt였는데 승리 자체가 적은 데다 대패한 경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1점 차 경기로 범위를 좁히면 한화의 고민은 더욱 깊어진다.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40경기가 1점 차 살얼음 승부였다. 10경기 중 3경기꼴로 1점 차 경기를 한 셈이다. 17승 23패로 승률도 반타작이 안 됐다.

경기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 총력전을 벌인 경기에서 패하면 그 후유증은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1패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난해 9월 8일 한화와 LG의 경기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이날 경기에 로저스, 박정진, 권혁 등 주력 투수들을 모두 투입하고도 7-8로 패했다. 5시간 25분의 연장 혈투를 벌인 끝에 경기를 1점 차로 내준 한화는 이후 5연패에 빠졌고 가을야구 실패라는 성적표를 받아야만 했다.

꼬리도 길었다. 지난 시즌 1점 차 패배 다음 경기에서 한화의 승률은 47.8%로 kt, KIA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마리한화’ 신드롬이 시즌 후반에는 순위 추락으로 이어지는 독이 된 것이었다.

눈여겨볼 것은 삼성의 1점 차 승부는 28경기로 10개 팀 중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강한 불펜을 앞세워 1점 차 지키기를 주로 할 것이라는 인식과 달리 삼성은 아슬아슬한 경기 자체를 만들지 않았다.

1점 차 승부에서 승리를 가져가는 팀은 물론 강팀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강한 팀은 1점 차 승부 자체를 만들지 않는 팀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가을야구#한화#마리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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