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미 기자의 야구찜]박용택 3할타율의 비결 “7할의 실패에서 배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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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연속 3할타… 현역 최장기록
“중요한 건 3번의 성공이 아니라 7번을 어떻게 실패하느냐에 있죠
남들은 틀 세우고 지키려 하는데 전 안될땐 계속해서 틀을 바꿔요”

임보미 기자
임보미 기자
2015년 기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타자는 326명. 이들 중 지난 시즌 ‘3할 타자’는 28명뿐이다.

날고 긴다는 프로 선수들에게도 3할 타율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그 와중에 7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 중인 선수가 있다. 현역 최장 기록이다. 프로 생활 14년 동안 1874개의 안타를 뽑아낸 LG 박용택(37·사진)이다.

그는 지난해 ‘프로야구 최초 4년 연속 150안타’ 기록도 세웠다. 탁월함만큼이나 어려운 게 꾸준함이다. 둘을 동시에 보여주는 건 더 어렵다. 지난 시즌 막판 박용택을 찾아간 이유다. 궁금했다. 그렇게 꾸준히 3할을 치는 비결은 대체 뭔지.

박용택은 ‘3할의 성공’이 아닌 ‘7할의 실패’를 말했다. “10번 쳐서 3번 치면 3할 타자라고 해요. 어떻게 보면 되게 쉬운 것 같죠. 그런데 중요한 건 3번의 성공이 아니라 실패한 나머지 7번이에요. 어떻게 실패하는가, 이게 더 중요해요. 똑같이 3할을 쳐도 실패에서 얼마나 배우느냐에 따라 3할의 질이 달라져요.”

남들은 지키려고 애쓰는 루틴(일정한 틀)을 박용택이 쉴 새 없이 바꾸는 이유이기도 하다. “방망이가 며칠 잘 안 맞으면 ‘아, 조치를 취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선수들이 각자 나름의 루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데 전 ‘루틴을 계속 바꾸는 게 루틴’이에요(웃음).”

재능만으로 ‘롱런’하기에 프로무대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수많은 ‘스타’들이 뜨고 지는 이유다. 하지만 여전히 LG의 중심타자는 박용택이다. 월요일 하루 쉬고 매일 경기에 나서는 프로야구 선수 생활은 옆에서 지켜만 봐도 피곤하다. 어떻게 그렇게 오래 성적을 내며 버틸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미 여기(야구장) 있는 사람들은 (야구에) 다들 미쳐 있어요. 다 그렇게 하는 거예요. 물론 제일 어려운 게 실패에 대한 부담감이에요. 그걸 이겨내야죠. 우리 팀의 어린 친구들도 시즌 막판 좋은 모습을 보였는데, 여기에서 자신감을 얻고 내년 시즌에도 활약해 줬으면 좋겠어요.”

이세돌 9단은 알파고에 1-4로 패한 뒤 이렇게 말했다. “알파고가 놓는 수법들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다른 것을 보면서 인간의 창의력이라든지 기존의 격언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좀 더 연구를 해봐야겠습니다.” 지독히 후회스러웠다던 이 패배는 분명 이 9단에게는 또 다른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낫게 실패하라(Try again. Fail again. Fail better).’ 노벨문학상(1969년)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가 남긴 말이다. 실패만큼 큰 도약의 기회도 없다. 타석에 선 박용택에게도, 반상 앞 이세돌에게도, 어딘가 각자의 자리에 있을 당신에게도 말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박용택#3할의 성공#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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