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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협 횡단/3월3일]“됐어! 허가가 떨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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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링해협 횡단/3월3일]“됐어! 허가가 떨어졌어”

입력 2007-03-05 09:49수정 2009-09-2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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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베링해협을 직접 건너갈 박영석 대장을 비롯한 3명의 운행대원은 물론이고 베이스캠프 매니저 김영선 대원과 취재진 등 이곳 라브렌티야 베이스캠프에 묶고 있는 10명이 어깨를 서로 맞대고 전화기만 응시하고 있다.

이번 베링해협 횡단 원정에서 가장 큰 고비다. 모스크바에서 우리 원정대의 대행을 맡고 있는 드미트리 슈파로 씨가 러시아 군부 고위급 인사와 원정대 출국 문제를 두고 담판을 벌이고 있다. 모스크바와 라브렌티야의 시차는 9시간.

따르릉!!! 러시아어가 수준급인 김영선 대원이 수화기를 들었다. 모두 귀를 쫑긋거리며 김 대원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통화를 하는 김 대원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기 시작하자 모여있던 사람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됐어! 허가가 떨어졌어. 러시아 군부 고위급 인사가 이곳 캄차카반도 극동사령관한테 명령을 내렸고 이곳 주둔 부대장에게도 연락을 했다네. 빨리 가서 허가서 받고 떠나면 돼."

원정대원들과 취재진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탄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정말 10년 묶은 체증이 한꺼번에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원정대는 월요일(5일) 헬리콥터편으로 북위 66도10분에 위치한 유라시아 대륙 최동단 우엘렌으로 이동, 베링해협에 역사적인 발을 들여놓게 됐다.

지난 2월16일 한국에서 출발해 모스크바와 아나디리, 라브렌티야로 이동하며 지낸 지 16일 만에 맞이한 첫 희소식이었다.

그동안 원정대는 고리타분하기 짝이 없는 러시아 군부의 행정 처리 때문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 아나디리는 물론 이곳 라브렌티야에서 훈련을 하려면 일일이 군부대에 가서 신고를 하고 허락을 받아야했다. 물론 훈련할 때도 관계자가 따라붙어 감시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곳 국경수비대가 미국 국경수비대가 원정대 입국을 승낙한다는 공식문서를 요구한 것이었다. 미국 쪽에선 "그런 문서를 만들어 준 예가 없다"는 답변만 계속 할 뿐이었다. 한마디로 골탕 먹고 있다는 참담한 기분이었다.

급기야 박 대장은 어제(2일)부터 "차라리 이렇게 죽치고 앉아서 기다리기 보다는 미국쪽으로 건너가 반대로 러시아쪽으로 들어오자"며 미국 알래스카 놈의 미국 베이스캠프에 미국 쪽에서 출발할 때 필요한 행정절차를 알아보라고 부탁을 해놓았다.

8일 시베리아와 알래스카를 오가는 항공편인 베링에어에 예약하기 바로 직전이었다. 혹시 극적인 반전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정말 작은 먼지만한 희망을 가지고 슈파로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제대로 맞아 떨어진 것이다. "빙고!!!!!"

밤이 깊었지만 그동안 눌려있던 어두운 마음이 풀린 탓에 마치 풍선이 하늘 위로 올라가듯 대원들은 정말 어린 소녀들처럼 재잘거렸다.

"직선거리 88㎞야, 며칠 잠을 자지 말고 그냥 내달리자, 낮에 개썰매 봤지? 개들이 빨리 달리고 싶어서 낑낑거리는 거. 난 그놈들이 참 부러웠어. 달릴 수 있쟎아. 근데 난 뭐야.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숙소에 그냥 죽치고 앉아있고.... 정말 미치는 줄 알았다." 박 대장의 말에 부대장격인 오희준 대원은 대꾸 없이 빙그레 웃고만 있다.

이형모 대원은 한밤중에 쵸코파이를 계속 입에 가져간다. "원정 시작할려면 체력이 필요하지요. 제가 먹고싶어서가 아니라 체력을 보충하는 중이에요"란다. 방금 직전까지만 해도 마치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있던 그였다. 그만큼 원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이 대원들의 마음을 천근이나 되는 시커먼 쇠덩어리처럼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새벽 3시. "굿나잇" 대원들이 좀처럼 하지 않는 인사말까지 건넨다. 정말 '굿나잇'이다.

라브렌티야 (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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