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협 횡단/2월22일]“이번엔 바람… 출발 또 연기”

  • 입력 2007년 2월 22일 14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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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30도 초속 25m의 강추위 속에서 얼어붙은 바다에서 훈련중인 원정대원들. 왼쪽부터 박영석 오희준 이형모 대원.
영하 30도 초속 25m의 강추위 속에서 얼어붙은 바다에서 훈련중인 원정대원들. 왼쪽부터 박영석 오희준 이형모 대원.
결국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돼버렸다.

원래 베이스캠프를 구축할 라블렌티야로 떠나기로 된 날은 21일. 미국과의 구조협조 문제에 대한 서류를 갖춰야한다고 출발이 하루 늦어졌지만 이번엔 바람이 발목을 잡았다.

21일 만난 아나디리 기상청장은 “22일 초속 25m 이상되는 돌풍이 불어닥칠 것으로 보여 경비행기 이륙이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밤새 바람의 신음소리가 점점 더 커진다. 이곳 사람들은 풍향계보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의 각도를 보고 바람상태를 점검하는 생활의 지혜를 터득했다. 연기가 굴뚝과 직각이 되는 정도면 비행기가 뜰 수 있고 더 아래로 내려오게 되면 모든 것이 정지된단다. 원정대원들도 밤새 뜬 눈으로 굴뚝의 연기를 지켜보고 있었다.

오전 8시30분까지 연락을 주기로 한 공항 관계자의 첫마디는 ‘노(No)'였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대니 기온도 덩달아 떨어져 원정을 시작한 뒤 처음으로 영하 30도 이하를 기록했다.

코 끝이 찡한 정도가 아니라 숨쉬기가 곤란할 정도다.

23일은 러시아 재향군인의 날이라 국경일이다. 그리고 24일은 토요일, 25일은 일요일. 이곳 공항(군사공항이다) 관계자는 “재향군인의 날은 최대 명절이고 토요일과 일요일에 공항이 문을 연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기세등등하게 말한다. 세상에 전세기가 주말이라고 뜨지 않으면 언제 뜬단 말인가?

하여간 칼자루는 이들이 쥐었다. 그저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

박영석 대장은 “오랫만에 제대로 된 기온을 만났다”며 “빨리 나가서 훈련하자”고 대원들을 독촉한다.

대원들은 꽁꽁 얼어붙은 바닷가로 나가 2시간 이상 뛰어다니며 얼음 상태 등을 살펴보았다. 남, 북극점 원정을 성공한 박 대장은 극지 탐험이 시간과의 싸움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원정 일정이 자꾸 지연되는 것에 불안감을 보이다가도 이내 상황을 받아들이고 차선책을 강구하는 모습이 듬직하다.

며칠 전 원정대가 이곳 현지 방송국과 인터뷰한 것이 전파를 탄 덕택에 길거리에서 원정대를 알아보는 주민들이 상당히 많아졌다. 대원들 외투에 선명한 태극기가 달려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북한 사람이냐, 남한 사람이냐?”고 묻는다. 정말 개념 없는 사람들이다.

암튼 국위선양한다는 기분으로 웃는 얼굴로 매번 대답을 해주고 있다.

아나디리 (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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