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해협 횡단/2월21일]“전세기 일방적 취소… 원정 계획 차질”

  • 입력 2007년 2월 21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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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1시 원정대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슈파로 씨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대행사 사무실 직원 니콜라이 세르게이 씨가 박영석 대장을 흔들어 깨운다.

러시아가 워낙 광대한 영토를 가지고 있다보니 모스크바와 이곳 아나디리의 시차가 9시간이나 난다. 모스크바는 현재 오후 4시라 한창 바삐 움직일 시간인 것.

이야기는 긴박했다. 오늘 전세기가 뜨기로 했는데 일방적으로 취소가 됐단다. 이유는 베링해협 횡단을 시작해 미국령으로 넘어간 다음에 미국 쪽에서 구출하거나 원정을 마친 뒤 픽업할 비행기회사의 서류가 없어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박대장은 북극점 원정을 함께 한 강동석 대원에게 위성전화로 연락을 해 사정을 이야기하고 비행기 회사를 수배했다. 2005년 미국 회계법인에 다니다가 북극 탐험을 위해 사표를 던지고 참가했던 강동석 대원은 탐험을 마친 뒤 미국 연방은행에 취업을 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고 있다.

워낙 위험한 지역이라 준비를 단단히 해 놓자는 뜻으로 받아들이지만 한편으로는 러시아쪽 대행사가 만일의 경우 책임을 회피하려는 장치를 마련해두려는 것으로도 풀이된다.

미국 쪽 대답이 걸작이다. ‘사람이 위급한 상황에 처하면 당연히 구해야 되는 것인데, 만일의 상황에 구조하겠다는 약속을 왜 굳이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 미국에선 구조를 민간항공사가 아닌 국경 수비대에서 맡고 있단다.

하여간 새벽부터 초 긴장상태로 연락을 취해 미국쪽 항공사에서 러시아의 에이전트와 비행기 회사 등에 계약서 사본과 구조 계획 등이 담긴 서류를 팩시밀리로 보냈다. 결국 이날 떠나기로 했던 비행기는 당초 예정보다 하루 늦은 22일 출발하기로 했다.

22일 비행기가 출발하지 않으면 23일과 24일이 이곳 러시아 국경일이고 25일은 일요일이라 26일이 되서야 라블렌티야로 떠날 수 있게돼 원정 계획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게 된다.

최악의 경우 베링해협 해안가를 보지도 못하고 돌아설 수 있을 수 있다. 박영석 대장을 비롯한 원정대원들의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라브렌티야 (러시아)=전창기자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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