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팀 플레이의 땀… 달라진 SK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로농구 SK의 안방경기가 열리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 천장에 대형 유니폼 2개가 걸렸다. SK 문경은 감독대행(40)과 전희철 코치(38)의 이름과 현역 때 등번호(10, 13번)가 새겨졌다. SK는 이들의 등번호를 은퇴할 때 영구결번 처리했다. 문 감독은 전통 명문인 아마추어 삼성에서, 전 코치는 아마추어 동양의 창단 멤버로 실업 무대에 데뷔했다. SK는 이들의 종착역이었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홈코트에 서면 아직도 땀 냄새가 풀풀 날 것 같은 자신의 유니폼을 보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다. 논란을 빚어가며 이런 영광을 준 SK에 대한 애정도 남다르다.

사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SK 선수 시절 모래알 같은 팀워크에 한숨을 쉰 적이 많았다. 문 감독은 “다른 팀에 있다 SK로 와보니 버스 정류장 같았다. 후배들이 잠시 들렀다 가는 곳으로 여겼다”고 꼬집었다. 지난 시즌까지 9년 동안 SK가 호화 멤버를 자랑하면서도 포스트시즌에는 한 번밖에 못 오른 것도 이런 분위기 탓이었다.

문 감독과 전 코치는 올 시즌 무엇보다 선수들의 단합을 강조했다. 이기적인 플레이보다는 동료들을 향한 희생과 배려를 주문했다. 올 시즌 SK는 달라졌다. 투지가 넘쳤고 주전이든 후보든 동료들을 챙겨줬다. 약체로 분류됐던 SK는 11승 11패로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SK는 주전 센터 알렉산더 존슨이 무릎 부상으로 한 달 가까이 못 뛰게 되는 악재를 만났다. 하지만 KT에서 뛰던 제스퍼 존슨을 영입한 문 감독은 선수들에게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존슨 하나 때문에 잘했다는 평가를 들어서야 되겠느냐. 뭔가 더 보여줘야 할 때”라며 전의를 끌어올렸다. 부상 중인 SK 김민수는 “뭐라도 맡겨 달라”고 다짐했다.

반면 SK와 잠실 이웃인 삼성은 팀 최다인 11연패에 허덕이며 최하위에 처졌다. 33년 역사를 지닌 삼성은 시즌 전 강혁을 내보내고 차세대 주축이던 김동욱마저 트레이드했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줄줄이 사라지면서 삼성은 구심점을 잃고 더욱 휘청거리고 있다. 조직원의 소속감과 충성도는 위기 탈출의 필수 요소다. 상반된 SK와 삼성의 요즘 모습이 그 방증이 아닐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