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삼성-LG- 전자랜드가 뒤숭숭한 이유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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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이상범 감독은 시즌 전 한 가지 선언을 했다. “올 시즌 트레이드는 없다. 우리 선수들이 마음 편히 운동에만 전념하면 좋겠다.”

인삼공사는 최근 몇 시즌 동안 리빌딩 작업을 거쳐 포지션별로 우수 선수들을 끌어 모았다. 중복되는 자리까지 발생해 ‘혹시 내가 밀려서 딴 데로 가는 게 아닐까’ 좌불안석하는 선수가 늘었다. 이런 분위기를 감지한 이 감독은 문단속을 통해 결속을 다졌다. 다른 팀의 입질을 막는 효과도 있었다.

인삼공사의 연봉 랭킹 1, 2위는 최선참 김성철(35·3억 원)과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은희석(34·2억9000만 원)이다. 연봉 협상 책임자였던 당시 김호겸 사무국장(현 홍보2부장)은 “이들은 출전시간이 줄어 기록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리더십과 성실한 태도, 고참으로서의 예우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인삼공사는 개인기록만 의식한 무리한 플레이를 찾아보기 힘들며 탄탄한 팀워크와 희생적인 수비가 돋보이고 있다. 인삼공사가 올 시즌 초반 2위를 유지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데는 이 같은 조직문화가 응집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임의탈퇴선수 김승현이 트레이드를 전제로 오리온스에 복귀했다. 그를 영입하겠다는 의향을 밝힌 삼성 LG 전자랜드 등의 분위기는 크게 요동치고 있다. 관계자 몇몇이서 은밀히 추진하던 일반적인 사례와 달리 공개 트레이드 상황이 되면서 감독이나 선수가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게 됐다. 구단과 코칭스태프, 선수의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 모 구단에서는 감독이 구단 버스에서 특정 선수에게 “넌 아니니까 염려 말라”는 말까지 했다고 한다. 다른 선수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단견이 아닐 수 없다.

트레이드 의향을 밝힌 3개 구단의 지난주 성적은 바닥을 헤맸다. 전자랜드는 1승 2패에 그쳤다. 삼성과 LG는 3연패에 빠졌다. 설사 김승현을 잡는 데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만능 해결사가 될 수는 없다. 일단 트레이드는 빨리 매듭짓는 게 좋다. 문제의 본질은 김승현 영입 후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푸느냐에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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