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기자의 퀵 어시스트]“대구 안 떠난다”던 오리온스 명분 없는 연고지 고양 이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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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구연맹(KBL) 10년사를 보면 1997년 프로 출범을 앞두고 연고지를 결정한 배경이 나온다. 각 구단의 희망 연고지를 받아 보니 대부분 관중 동원이 유리하고 이동거리가 짧은 수도권을 선호했다.

당시 오리온스가 원했던 대전은 현대가 차지했다. 희망 연고지가 겹치면 오래된 구단에 우선권을 줬다. 오리온스는 대구를 둥지로 정했다. 구단주였던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고향인 대구에는 오리온스 공장이 있었다.

15시즌 동안 대구를 안방으로 삼던 오리온스가 14일 경기 고양시와 연고지 이전 및 체육관 시설 이용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KBL 이사회의 승인이 떨어지면 다음 시즌에는 고양시를 홈으로 사용하게 된다.

오리온스의 연고지 이전 소문은 지난 시즌부터 돌았다. 최근 구체적인 언론 보도까지 나왔으나 오리온스는 부인하느라 바빴다. 자칫 대구를 중심으로 반발이 심해져 이전이 무산될까 우려해서였다. 이날 오리온스와 고양시의 양해각서 체결식 보도자료는 이례적으로 오전 7시에 언론사에 배포됐다. 오리온스의 한 관계자는 “전날 알릴까 했는데 대구의 반대 여론을 감안해 이른 시간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한국농구연맹 규약 5조 2항에 따르면 구단의 본거지는 원칙적으로 변경할 수 없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오리온스 심용섭 단장은 “최근 3, 4년 동안 팀 성적이 너무 나빴고 고양시에서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했다”고 밝혔지만 특별한 사유로 보기는 어렵다.

미국프로농구에서 연고지 이전은 연고 도시와의 갈등, 낙후된 시설 등 농구단 운영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대구시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오리온스는 수차례 연고 이전은 없다고 말했다. 2009년 34억 원을 들여 대구체육관을 개보수해 줬고 체육관 사용료도 낮춰 줬는데 배신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연고지의 수도권 과밀화는 농구의 저변 확대에도 이익이 안 된다.

연고지 이전은 농구단 매각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오리온스는 그동안 잦은 감독 경질, 구단의 지나친 간섭, 선수 연봉을 둘러싼 끝없는 잡음 등으로 주먹구구식 구단 운영이라는 지적을 자주 들었다. 구단 쇄신을 하는 데 연고지 이전이 능사는 아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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