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다저스 '팜은 팀의 미래다'

  • 입력 2001년 3월 15일 20시 54분


'팜은 팀의 미래다' 이말은 과거 LA 다저스의 구단주였던 피터 오말리가 한 말로 오말리의 야구경영 철학이 어떤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다저스는 오말리가 구단주로 있을 당시, 메이저리그 어느 팀보다 탄탄한 팜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다저스는 1992년 에릭 캐로스를 시작으로 1996년 토드 홀랜스워드까지 5년 연속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배출해내는 진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디어 재벌 루퍼트 머독이 팀을 인수한 다음부터 상황은 변해가기 시작했다. 애틀란타의 구단주인 테드 터너에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있는 머독은 팀인수 후 다저스가 애틀란타를 능가하는 최강팀이 되기를 원했다. 따라서 머독에게 중요한 것은 팜시스템보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한 당장의 성적이었다.

그래서 97시즌 이후 다저스는 전력보강을 위한 트레이드를 위해 팜 유망주들을 하나씩 희생해야 했고 경영진들의 운영미숙으로 쓸만한 선수들을 놓치는 실수까지 범하며 탄탄하던 팜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하였다.

다음은 다저스가 유망주들을 희생시켰던 대표적인 두가지 트레이드.

첫번째는 1997시즌 벌어진 신시내티와의 트레이드. 당시 부단장의 위치에 있던 토미 라소다에 의해 주도된 트레이드로 신시내티의 마무리 투수 제프 쇼를 영입하기 위해 다저스는 팀내 최고 유망주였던 폴 코네코와 좌완 투수 데니스 레이예스를 잃어야 했다. 쇼가 그동안 팀의 마무리 역할을 잘 수행하기는 했지만 코네코의 존재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두번째는 98시즌 중반에 벌어진 몬트리올과의 트레이드. 그해 다저스의 새로운 단장으로 취임한 캐빈 말론은 당시 몬트리올의 좌완 에이스 투수였던 카를로스 페레즈, 마크 그루지라넥을 영입하기 위해 차세대 1번타자감인 피터 버제론과 팀내 최고의 좌완 유망주 투수인 테드 릴리를 희생하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페레즈는 현재 다저스의 계륵으로 남아 팀에게 많은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반면 버제론은 몬트리올의 1번타자로 점점 자리를 굳혀가고 있으며 몬트리올을 거쳐 뉴욕 양키즈에 몸담고 있는 릴리는 올시즌 제 5선발 투수로 거론되어질만큼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부터 10년전이던 1991년 당시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다저스의 마이너리그 Top 10 Prospects를 살펴보자.

1. 호세 오퍼맨 (2루수)

2. 라울 몬데시 (외야수)

3. 제이미 맥앤드류 (투수)

4. 헨리 로드리게스 (외야수)

5. 탐 굿윈 (외야수)

6. 키키 존스 (투수)

7. 댄 오퍼맨 (투수)

8. 페드로 마르티네스 (투수)

9. 에릭 캐로스 (1루수)

10. 데이브 핸슨 (3루수)

이 때만해도 다저스의 팜에는 유망주들이 많았다.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비롯해서 호세 오퍼맨, 라울 몬데시, 헨리 로드리게스 등은 빅리그에 진출해 스타가 될 충분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다. 비단 1991년도뿐만 아니라 다저스가 리그 신인왕을 마지막으로 배출한 1996년에도 다저스의 팜에는 여전히 많은 유망주 - 당시 박찬호는 Top 10 Prospects에서 2위를 기록했다. - 들이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나 10년이 지난 2001시즌,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다저스의 Top 10 Prospects를 살펴보면,

1. 벤 디긴스 (투수)

2. 첸진펑 (외야수)

3. 쿠홍치 (투수)

4. 제이슨 렙코 (유격수)

5. 루크 프로코펙 (투수)

6. 마이크 쥬드 (투수)

7. 윌리 아이바 (3루수)

8. 히람 보카치카 (2루수)

9. 조 더스턴 (유격수)

10. 채드 리켓 (투수)

10년전에 비해 현격한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쓸만한 유망주 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시즌을 비롯해 2-3년 후 팀의 세대교체를 위해 주전라인업에 들어갈만한 능력을 지닌 선수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점이 다저스의 미래를 더욱 더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현재 다저스의 최고 유망주로 손꼽히는 선수는 대만 출신의 첸진펑. 그러나 첸진펑은 지난시즌 더블 A에서 처참한 성적을 남겨 2002년 메이저에 입성하려는 계획에 빨간불이 켜지고 말았다. 호주 출신의 투수 루크 프로코펙도 빅리그에 진입할려면 내년 시즌이나 가능할 듯 보이고 그나마 히람 보카치카 정도가 올시즌 빅리그 진입이 예상되나 보카치카는 앞에서 언급한 폴 코네코나 피터 버제론 같은 일급 유망주 수준에는 못 미친다.

올시즌 유망주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벤 디긴스는 지난시즌 드래프트에서 다저스가 1순위로 지명한 선수이고 대만 투수 쿠홍치도 이제 겨우 19살의 나이에 불과해 이들을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김용한/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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