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콜로라도의 변화(2)

  • 입력 2001년 3월 12일 16시 31분


1999시즌을 살펴보자. 콜로라도의 팀타선은 여전히 막강했다.

단테 비셋 - 0.298, 34홈런, 133타점

래리 워커 - 0.379, 37홈런, 115타점

비니 카스티야 - 0.275, 33홈런, 102타점

토드 헬튼 - 0.320, 35홈런, 113타점

래리 워커를 비롯 토드 헬튼, 단테 비셋, 비니 카스티야로 이어지는 타선의 파괴력은 대단했고 콜로라도는 이들의 활약으로 지난 1995년 이후 4년만에 다시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4명의 타자를 보유할 수 있었다.

이런 기록은 콜로라도의 타선이 메이저리그 최강의 타선임을 다시한번 증명하기에 충분했지만 타선의 파워와 팀성적은 결코 비례하지 않았다. 99시즌 콜로라도는 5할 승률에도 못미치는 72승 90패를 기록하는데 그치며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고 말았다. 지구 1위를 차지한 애리조나와는 무려 28게임 차이.

지난 몇년간의 경험을 통해 콜로라도가 깨달은 것은 막강한 타선만으로는 결코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없으며 강팀의 기본조건은 타력보다는 투수력이 우선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99시즌 종료 후, 콜로라도는 대대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먼저 변화가 일어난 곳은 팀의 투수진. 쿠어스필드에서 끔찍한 경험을 보낸 데릴 카일, 주전 마무리로 확실하게 자리잡았지만 쿠어스필드에서는 예외없이 동네북 신세였던 데이브 비어즈를 세인트루이스로 보내고 대신 호세 히메네스와 매니 아이바 등 유망주 투수들을 받아들였다.

팀타선에서도 이미 장기계약을 체결한 워커와 떠오르는 신예스타 헬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콜로라도는 그동안 팀타선의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비니 카스티야, 단테 비셋을 각각 템파베이, 신시내티로 트레이드하고 대신 롤랜드 아로호, 스콧 칼, 제프 시릴로 등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유망주 투수 바비 존스를 희생해서 뉴욕 메츠로부터 일본인 투수 요시이 마사토를 데리고 왔다.

이렇듯 콜로라도가 팀의 핵심선수들을 대대적으로 트레이드하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투수력 강화. 다시말해 타선의 약화는 어느정도 감수하더라도 투수력을 강화시켜 팀성적을 향상시키려는 의도였고 이러한 의도는 새로 영입된 투수들의 성향에서 명백히 드러났다.

콜로라도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데려온 투수들의 공통점은 땅볼유도 능력이 뛰어난 이른바 땅볼 투수들. 과거 카일을 통해 참담한 실패를 경험한 콜로라도가 투수력 강화의 마지막 해법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땅볼투수들의 영입이었다.

콜로라도가 땅볼 투수들의 영입을 택한 것은 페드로 아스타시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아스타시오는 과거 LA 다저스 소속으로 1997시즌 박찬호의 선발경쟁 상대로 우리나라 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선수다. 다저스 시절에는 그저 그런 평범한 선수에 불과한 아스타시오였으나 1997시즌 중반 에릭 영과 맞트레이드 되어 콜로라도로 이적한 이후에는 눈분신 발전을 보이며 일약 팀의 에이스로까지 성장했다.

아스타시오의 최근 5년간의 성적을 살펴보자.

1996년 - 9승 8패, 방어율 3.44 (다저스)

1997년 - 7승 9패, 방어율 4.10 (다저스)

1997년 - 5승 1패, 방어율 4.25 (콜로라도)

1998년 - 13승 14패, 방어율 6.23 (콜로라도)

1999년 - 17승 11패, 방어율 5.04 (콜로라도)

2000년 - 12승 9패, 방어율 5.27 (콜로라도)

아스타시오는 콜로라도로 이적하자마자 인상적인 피칭을 선보이며 쿠어스필드에서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고 1998년에는 6점대 방어율이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13승을 거두며 선발투수로서 제 몫을 다했다. 그리고 1999시즌, 아스타시오는 17승과 함께 210개의 탈삼진을 기록, 랜디 존슨에 이어 탈삼진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고 지난 시즌에도 12승을 거두며 에이스의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냈다.

이처럼 아스타시오가 투수들의 무덤이라는 쿠어스필드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스타일이 땅볼을 유도하는 투수라는 점이다. 즉 소위 '지저분한 구질'로 불리우는 아시타시오의 싱커성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체인지업은 쿠어스필드의 희박한 공기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해결책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0시즌을 살펴보자.

콜로라도의 이러한 선택은 최소한 절반은 성공했다. 비록 아로호나 요시이 등은 아스타시오와는 달리 쿠어스필드에서 살아남지 못했지만 콜로라도는 99시즌보다 10승이나 더 많은 82승을 챙겼다. 그리고 9연패의 늪에 빠지기 전에는 지구 선두권을 유지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가능성을 보였고 호세 히메네스라는 숨어있는 진주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콜로라도는 2001시즌을 위해 또다른 변화를 추구했다. 그것은 스토브리그 기간 동안 마이크 햄튼, 론 빌론, 데니 네이글 등 수준급 좌완투수 3명을 영입해 그들의 투수력을 메이저리그 어느 팀 못지 않는 강력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시킨 것이다.

이들이 제 2의 데릴 카일이 되어 쿠어스필드의 높은 벽을 다시 한번 증명해 줄지 아니면 제 2의 페드로 아스타시오가 되어 이들을 영입한 밥 게브하드 단장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만들지는 올시즌이 끝나봐야 알겠지만 새롭게 선보이게 될 콜로라도의 투수력이 역대 팀역사상 최강이라는데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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