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엿보기]또다른 홈런 공장 엔론 필드

  • 입력 2001년 2월 19일 18시 09분


2000시즌 개장한 휴스턴의 새로운 홈구장 엔론 필드는 기존의 애스트로돔과는 달리 타자들에게 극단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는 구장이다.

애스트로돔은 넓은 파울지역과 긴 외야펜스 거리를 특징으로 하는 인조잔디 구장으로 투수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장이다.

휴스턴은 이러한 구장의 특징을 십분 활용해서 1999시즌에는 팀역사상 최초로 2명의 20승 투수(마이크 햄튼, 호세 리마)를 배출할 수 있었고 애틀란타 못지 않는 막강한 투수력을 보유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애스트로돔의 특성은 기록으로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1999시즌 내셔널리그 구장 중에서 가장 적은 피홈런이 나온 곳이 바로 애스트로돔이며 팀의 간판타자 제프 베그웰은 42개의 홈런을기록했지만 홈구장인 애스트로돔의 담장을 넘긴 것은 전체의 1/3도 안되는 12개에 불과했다.

이에 반해 20승을 달성한 호세 리마와 마이크 햄튼은 베그웰과는 달리 애스트로돔의 효과를 톡톡히 누려 큰 대조를 이뤘다.

리마는 홈구장 방어율(2.31)이 원정구장(4.66)의 절반도 안될 정도로 홈에서 유난히 강한 면을 과시했고 햄튼 역시 리마만큼은 아니지만 홈구장(2.49, 원정경기 - 3.49)에서 보다 좋은 성적을 작성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엔론 필드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

인조잔디 구장인 애스트로돔과는 반대로 천연잔디로 깔려있는 엔론필드는 파울 라인이 좁고 좌우측 외야펜스 길이 짧아 타자들에게 유리한 특성을 고루 갖춘 구장이다.

특히 우측 펜스길이는 96m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유난히 짧은데 이것은 팀의 간판타자인 제프 베그웰을 염두해 두고 만들어진 것이다.

96m라면 보스턴의 홈구장인 펜웨이 파크를 제외하고는 메이저리그 구장 가운데 가장 짧은 길이이다.

그러나 펜웨이파크에는 11m가 넘는 그린몬스터가 존재해 구장의 짧은 길이를 어느 정도 만회해 주고 있는데 반해 엔론 필드는 담장높이도 펜웨이파크의 절반인 6m가 조금 넘는 높이일 뿐이어서 쿠어스필드 못지 않은 새로운 홈런 구장의 탄생이 일찌기부터 예고됐었다.

엔론필드의 개장은 휴스턴의 팀컬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엔론필드에서의 첫 시즌인 2000년, 휴스턴의 성적을 살펴보자.

승률 - 0.444 (72승 90패, 중부지구 4위)

99시즌 97승을 올리며 3년 연속 지구 우승을 차지, 애스트로돔에서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던 휴스턴은 2000시즌 들어 5할 승률에도 못미치는 72승을 올리는데 그치고 말았다. 지구 우승을 차지한 세인트루이스와는 무려 23게임 차.

그럼 좀 더 세분화해서 휴스턴이 투타에서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를 살펴보자.

투수력 : 팀방어율 - 5.41 (리그 16위)

타력 : 팀득점 - 938득점 (리그 2위)

팀홈런 - 249개 (리그 1위)

팀타율 - 0.278 (리그 2위)

기록에서도 알 수 있듯이 투타의 심각한 불균형은 바로 휴스턴을 지구 우승팀에서 5할 승률에도 못미치는 평범한 팀으로 추락시킨 근본적인 원인이였다.

99시즌 햄튼과 리마, 세인 레이놀즈, 빌리 와그너 등 쟁쟁한 투수들의 활약으로 리그 최고 수준의 투수력을 형성했던 휴스턴은 비록 햄튼의 공백(뉴욕 메츠로 이적)이 있었지만 쿠어스필드를 홈으로 사용하는 콜로라도 투수진보다도 못한 방어율을 기록하며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는 부진을 보였다.

가장 실망스러운 투수는 호세 리마로 21승 투수에서 7승(16패) 투수로 전락했고 무려 48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피홈런 부분에서 내셔널리그 신기록을 수립하는 불명예까지 감당해야했다.

리마의 부진에는 심리적인 부분과 함께 엔론필드에 대한 적응력 실패도 큰 원인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인 리마는 넓은 애스트로돔에 비해 구장이 적은 엔론필드에서 자신의 장기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었고 계속되는 부진한 성적이 심리적인 측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팀타선은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팀홈런 부분에서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팀타율, 팀득점, 팀장타력 부분 등 타격의 전부분에서 리그 세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큼의 막강한 위력을 자랑하며 엔론필드의 특징을 더욱 더 돋보이게 만들었다.

제프 베그웰은 생애 최고인 47홈런을 기록하며 팀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했고 다음시즌에는 50홈런 이상과 함께 리그 홈런왕까지 노려볼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만들어 놓았다.

이렇듯 엔론필드는 휴스턴의 팀컬러를 공격적으로 바꾸어 놓으며 제 2의 쿠어스필드로 불리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보인다.

실제로 엔론필드는 지난 2000시즌 쿠어스필드에 이어 리그 구장중에서 두번째로 많은 홈런을 양산시키며 짧은 펜스길이의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정작 휴스턴 팀입장에서는 이와 같은 현상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것은 투수력에서 예상외로 손실이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휴스턴은 엔론필드의 개장과 함께 팀타선의 위력을 증가시키며 향상된 팀성적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마치 지난 몇년간 막강한 타선을 보유하고도 형편없는 투수력때문에 팀성적은 항상 리그 하위권일 수밖에 없는 콜로라도의 전철을 되밟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다.

휴스턴에 대한 올 시즌의 전망도 그리 긍적적인 편이 못된다.

베그웰을 축으로 비지오, 알루 등 주력 선수들과 리차드 이달고, 데릴 워드, 랜스 버크만 등 유망주들이 많은 팀타선은 여전히 막강한 위력을 선보일 수 있겠지만 한번 무너진 투수력은 얼마나 회복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만약 올시즌에도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면 또 다른 그린몬스터가 엔론필드에 등장하는 상상을 해보는 것도 큰 지나침이 아닐 듯 싶다.

김용한/ 동아닷컴 객원기자 from00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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