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레슬링]김인섭 부상입고도 투혼의 승리

  • 입력 2000년 9월 27일 00시 08분


26일 오후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 인근 한국레슬링대표팀 숙소.

방대두 대표팀감독과 유영태코치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심권호의 금메달 감격도 잠시, 27일 58kg급 준준결승에 나설 김인섭(27·삼성생명·사진)이 부상했기 때문이었다.

“김인섭이 그간 태릉에서 흘린 땀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와요. 누구보다 성실하고 열심이었는데…. 오늘 경기는 간신히 이겼지만 내일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김인섭은 이날 딜쇼드 아리포프(우즈베키스탄)와의 예선 2차전에서 전날 카자흐스탄의 유리 멜니첸코와의 경기때 손가락 2개가 꺾이는 부상으로 상대를 제대로 잡지도 못한채 간신히 버텼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아리포프가 파테르 공격때 김인섭은 왼쪽 갈비뼈 부상까지 했다. 김인섭은 간신히 판정에서 승리했으나 우즈베키스탄측의 이의 신청으로 전날에 이어 또 다시 재경기를 치렀다. 1분13초 먼저 파테르 공격에 나섰지만 고통을 못이겨 상대를 들었다 내려놓기까지 했다. 결국 김인섭은 파테르 수비때 아픈 갈비뼈를 잡히는 바람에 옆굴리기를 허용, 2점을 내줬다.

김인섭의 얼굴엔 상대에게 약점을 안잡히려 고통을 참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를 보다 못한 방감독과 유코치의 눈엔 ‘닭똥같은 눈물’이 주르르 흘렀다.

그러나 김인섭의 막판 투혼은 놀라웠다. 그는 이내 스탠드에서 상대 중심무너뜨리기로 1점을 얻은후 경기 종료 20초를 남기고 허리태클로 3점을 획득, 4―2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숙소에서 부상한 손등에 고인 피를 뽑고 진통제 주사를 맞던 김인섭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팔이 부러지더라도 최선을 다한후 매트에서 내려오라고 배웠어요.”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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