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레슬링]승패 상관없이 가슴아픈 남북대결

  • 입력 2000년 9월 25일 23시 23분


25일 시드니 달링하버 전시홀에서 열린 시드니올림픽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54㎏ 준결승전.

경기를 앞두고 심권호는 물론 한국 코칭스태프는 착잡한 심정에 젖어 들었다. 맞대결 상대가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온 북한의 강영균.

북한 레슬링 선수로는 유일하게 그레코로만형에 출전한 강영균은 시드니에 도착한 이후 연습 파트너가 없어 한국 선수단과 함께 매트를 뒹굴었다. 심권호와 이미 98년 방콕아시아경기대회, 9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96애틀랜타올림픽에서 모두 세차례 라이벌 대결을 벌여 한번도 못이겼지만 친형처럼 따르며 돈독한 우정을 쌓아온 터였다.

올림픽 선수촌 내에서도 심권호와 강영균은 틈만 나면 만나 이야기꽃을 피웠다. 외국 선수에 대한 대처 기술은 물론 서로의 고민까지 터놓고 이야기했다.

이날 경기가 열리기 전 한국 유영태 코치가 “차라리 결승전이면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추첨을 잘못해서 준결승전에서 남북 대결을 벌이게 됐다”며 아쉬워한 것은 이런 배경 때문. 심권호도 부상한 강영균을 상대로 승부를 벌인다는 사실이 부담스러운 듯 시종 굳은 표정이었다.

심권호는 이날 경기에서 이기자마자 승리의 환호를 하기보다는 북한 김영택 감독에게 달려가 위로의 인사를 건넸다.

현장에 있던 레슬링 관계자는 “앞으로 남북 단일팀이 구성된다면 이런 가슴아픈 장면을 더 안봐도 될텐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시드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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